해운과 수산의 상생·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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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과 수산의 상생·협력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7.1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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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긴급 수산식품 수출 화물을 실은 임시 선박이 미주 서부지역으로 처음 출항한다. 국적선사 HMM 소속의 이 선박은 선적 및 컨테이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물 수출 기업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나서 마련한 선박이다.

미주 서안 노선에 투입되는 임시선박은 월 65TEU의 수산식품 전용공간을 확보해 수출 수산물을 실어 나르게 된다. 신선 냉동 수산물과 김 등 가공품을 수출하는 컨테이너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주당 배정 물량은 수산물 생산 시기와 월별 수산물 수출 추이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되며, 8월부터는 컨테이너를 모두 채울 수 없는 소형 화주들을 위한 선적 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팬데믹에 빠졌던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차츰 정상화됨에 따라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경제 회복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수산식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회복돼 수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수산물 수출 역시 활기를 띠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14% 이상 증가했다. 전통적인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났다.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6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던 김을 비롯해 참치, 굴, 오징어, 어묵 등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선적 경쟁이 가열되고 중소·중견 수산물 수출업체들은 적기 선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적 선사의 경우 선적 공간 확보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지난해 99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국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품목별 출하 시기는 물량이 정해져 있어 수출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 신선·냉장식품은 선도 유지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활어의 경우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때문에 적기 선적과 공간 확보가 용이해야 한다. 생산보다는 이동을 위한 물류 분야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수출업체가 영세하며, 소규모 업체가 주류인 수산물 수출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이동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선박 등을 이용한 물동량은 오히려 증가됐다. 특히 경제 활동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수산물 수요도 늘어나 수출도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국적 선사에 선적 공간이 확보된 것은 수산물 수출업계에 숨통을 열어주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전혀 다른 분야로 인식돼온 해운 물류 분야가 수산 분야를 지원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 것은 새로운 시도이면서 눈여겨볼 일이다. 통합행정을 추구하는 해양수산부가 지향해야 하는 모델일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 내 조직이지만 수산과 해운항만 분야는 각자의 길을 걸어온 게 사실이다. 1차 산업인 수산업과 서비스가 주 업무인 해운항만 분야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왔다. 영원히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라든가, 견원지간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로 통합·협력 등은 거의 없었다.

최근 해운항만 출신 인사들이 주관해 출범식을 가진 ‘해양수산 전문인 1000인 모임’도 그들만의 행사에 그쳐, 서로 다름만을 확인하기도 했다.

국적 선사를 활용한 수산물 수출업계 지원은 해양수산부가 실제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각자의 업무적인 한계를 넘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작은 일에서부터 함께한다면 통합과 상생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업뿐 아니라 해운과 국제물류산업을 총괄하는 부처다. 해운 물류 분야가 수산식품 수출업계를 지원하는 것은 같은 식구로서 당연한 일이다. 

중소·중견 수산식품 기업에 대한 선복 우선 배정은 수산물 수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기와 지원 방식 등에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수산식품 수출업계가 긴급하게 요청했던 시기보다 선복 배정 결정이 늦어져 수출을 포기한 업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예전보다 운송비용이 대폭 상승해 수출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포기하는 업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도 협력해 해소할 수 있도록 손을 맞잡아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충해 협력한다면 목표 달성이 순조로울 수 있다. 나아가 바다산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의 존재가치도 더욱 공고히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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