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걸어 즐거운 길, 예산 느린호수길
상태바
느리게 걸어 즐거운 길, 예산 느린호수길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7.12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예산의 느린호수길은 독보적이다.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바다에 놓인 데크 로드가 적지 않지만, 느린호수길처럼 긴 길은 거의 없다. 길이가 무려 7km. 예당호 둘레가 40km쯤 되니, 5분의 1 넘게 느린호수길이 놓였다. 느린호수길은 수문에서 예당호출렁다리를 거쳐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호수에 사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느릿느릿 걷기에 제격이다. 특히 호수에 잠겨 사는 나무 사이를 지날 때는 열대지방의 맹그로브 숲을 만나는 것 같아 이색적이다.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은 예당호
예당호는 인공 호수다. 예당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1929년 4월에 착공해 광복 전후 중단됐다가 1963년 완공했다. 둘레 40km, 동서 2km, 남북 8km에 이른다. 예당호는 풍광이 아름다워 1986년 국민관광지로 개발됐다. 당시 낚시꾼에게 천국이지만,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호숫가 명당에 무료 캠핑장으로 운영될 정도로 한갓졌다. 2009년 대흥면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알려졌고, 지금은 예당호출렁다리와 음악분수, 느린호수길까지 비대면 시대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느린호수길은 예당호 수문에서 시작되지만,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예당호출렁다리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우선 예당호출렁다리를 구경하자. 입구의 코로나19 방역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광장이 나오고, 거대한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이 402m, 높이 64m 주탑을 갖춘 현수교로 한눈에도 규모가 압도적이다. 황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호수를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느린호수길은 출렁다리에서 종착점까지 5.4km, 1시간 30분쯤 걸린다. 길은 수변과 언덕으로 갈리는데, 우선 언덕에 오르는 게 좋다. 언덕에서 출렁다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언덕 일대에 예당호조각공원이 있다. 조각상을 둘러보고 공연장 쪽으로 내려가면 느린호수길과 만난다. 중간중간 전망대와 벤치가 있어 호수를 바라보며 쉬었다 가기 좋다.
도로변에 늘어선 어죽 식당이 배고픈 여행자를 유혹한다. 어죽은 예당호의 대표 음식이다. 예당호 주변 마을 주민들이 별미처럼 먹던 음식이 발전해 예산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느린호수길을 걸어보자. 데크 로드는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물에 잠긴 나무 사이를 지난다. 여기가 느린호수길의 하이라이트다. 물에 잠겨 사는 나무가 안쓰럽지만, 그곳은 물고기의 주요 서식지다. 물고기가 많으니 이를 노리는 왜가리가 주변을 서성거린다. 가끔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도 찾아온다고 한다.
호수에는 낚시꾼을 위한 좌대가 제법 많다. 낚시꾼과 새가 치열하게 물고기를 노린다. 느린호수길이 끝나는 지점이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이다. 연꽃이 필 때가 가장 예쁘다.
예당호출렁다리는 밤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음악분수 공연 덕분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솟아오르는 분수 옆으로 형형색색 LED 불빛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에 반사되고, 조명이 켜진 출렁다리와 어울려 넋이 나갈 정도로 황홀하다. 


고즈넉한 풍경 자아내는 관광지가 곳곳에
느린호수길을 걸은 뒤에는 봉수산 꼭대기 일대에 자리한 예산 임존성(사적 90호)을 찾아보자. 출발점은 대련사 주차장이다. 거대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암자처럼 자그마한 대련사를 지키고 있다. 대련사에서 완만한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임존성에 올라붙고, 정자를 만난다. 임존성은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게 좋다. 거리는 약 2.4km, 1시간쯤 걸린다.
정자에서 모퉁이를 돌면 시야가 활짝 열리며 성벽이 펼쳐진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타고 도는 성벽이 장관이다. 백제 부흥군이 나당 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당당함이 깃든 듯하다. 백제 부흥군은 한때 10만 명이 넘는 당나라 소정방의 군대와 신라군을 격퇴했다고 한다. 북서치는 임존성의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예당호출렁다리와 느린호수길이 보이고, 호수를 낀 마을이 평화롭다. 북동치를 지나면 다시 정자를 만나 임존성 한 바퀴 돌기가 완성된다.
봉수산 꼭대기에 임존성이 있다면, 중턱에는 봉수산자연휴양림과 봉수산수목원이 들어앉았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입소문이 나서 평일에도 예약하기 쉽지 않다. 숙소 앞에서 바라보는 예당호 조망이 일품이다. 이른 아침에는 예당호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숙박하지 않아도 둘러보기 좋다. 봉수산수목원은 5월 12일 곤충생태원과 하늘데크가 개장했다. 하늘데크는 산허리에 데크 로드를 설치해 봉수산과 예당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예당호 남쪽 광시면 대리에 예산황새공원이 있다. 황새문화관에서 황새의 생태 정보를 알고, 황새오픈장에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만난다. 황새는 우리가 흔히 보는 왜가리보다 몸집이 크다. 부리가 길고, 날개 끝이 검고, 빨간 다리가 눈에 띈다. 예산황새공원은 2015년 9월에 황새 8마리를 방사한 뒤, 해마다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예당호에서 황새와 만나기를 기대하며 예산 여행을 마무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