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산업 정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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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산업 정책, 이대로 좋은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6.2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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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환경오염과 자원 감소로 양식 생산물이 전체 수산물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양식산업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전복과 김, 굴 등 주요 수출품도 양식 생산물이다. 이 때문에 양식산업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이런저런 정책이 추진된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은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로 관심을 받고 있고 신품종과 신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단일품목으로는 비교될 수 없는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김은 양식 참여를 원하는 어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광어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국내 양식산업의 성장 배경은 근대 수산연구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수산과학원의 기초 연구가 바탕이 돼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이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양식산업 정책이 설정한 목표대로 추진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양식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충남 태안에서 열린 중층 가두리 시험양식 성과 보고회가 좋은 예다.

해양수산부는 고수온과 적조 등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층 가두리 시험양식에 나섰으며, 현재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수심이 낮아 여름철 고수온, 겨울철 저수온으로 상습 피해가 발생하는 천수만 가두리양식장의 외해 이설을 위한 시험양식이었다. 이날 성과 보고회에서는 내만보다 성장률이 30% 빠르고 폐사도 거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층 가두리 양식이 과연 서해안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수심 10m에 가두리를 시설하는 중층 가두리는 최소 20m 이상의 수심이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수심 아래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못한다. 가두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먹이를 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 동해안 중층 가두리 양식이 거의 자취를 감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서해안에 중층 가두리 양식이 웬말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식산업의 가치는 수익성에 있다. 시설 대비 생산원가를 낮추고 판매가격을 올려야 산업적으로 생존이 가능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게 된다.


성장과 생존율이 높은 우량 종자의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먹이 확보는 물론 양식어종의 성장과 관리를 위한 기술과 관련 기자재가 확보돼야 하며, 안정적인 시장도 형성돼야 한다.


한데 정부의 양식산업 정책은 어디로 가는지 가늠조차 힘들 정도로 방향성이 없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양식산업 키워드는 친환경, 스마트화다. 친환경, 스마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별로 없다.


양식산업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은 시작조차 못 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김은 물김과 마른김, 조미김 업계는 상생 협력보다는 서로 반목과 질타의 대상이다. 뱀장어, 송어, 향어, 메기 등 주요 내수면어종에 대한 양식정책은 존재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다. 방치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산업이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성장이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책 추진 초기 단계에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반목과 시기, 질타의 원인을 파악해 해소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양식산업 정책은 미래지향적인 발전보다는 땜질 또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세계 최초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가 돌아온다’, ‘양식장에서 키운 참치가 식탁에 오른다’는 뻥튀기식 정책 성과 홍보도 경험했다.

미래 바다양식의 중심이라고 홍보했던 수중침하식 가두리 양식, 서해안 갯벌을 이용한 참굴양식, 수출 주력품으로 잠재력이 높다며 추진된 전복해삼섬 조성사업은 흔적조차 없이 현장에서 사라졌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원인 규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슬그머니 뒤로 돌려 흔적을 지우는 데 급급하다.


바다 자원의 한계, 어업 규제 등으로 양식산업 의존도와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양식산업 정책 방향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종자에서부터 양식기술, 먹이, 사육기술, 기자재, 유통구조, 시장 개척은 물론 양식 생산물에 대한 소비 동향과 기능성 제품 개발까지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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