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천 중구 운서어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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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인천 중구 운서어촌계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6.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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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작은 어촌… 새로운 형태의 어촌 사회 만든다

김덕래 운서어촌계장, 어촌뉴딜 300사업으로 미래 어촌 준비 중
2017년부터 어촌계 재활성화 추진, 신도시 거주 등 계원 175명
삼목항 지속적으로 선박과 어촌계원 증가해 거점어항으로 ‘우뚝’
경제적 자립‧공동체성위해 어업인공동체 프로그램 운영 사업 추진

어촌 사회의 공동체인 어촌계는 마을 단위가 기초가 된다. 대부분의 어촌계는 마을 공동체로 구성되며 마을 주민 중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어선어업이나 양식업에 종사는 사람들과 마을공동어장을 대상으로 한 맨손어업자들도 대부분 마을에 모여 살면서 어촌계를 토대로 활동하게 된다. 그런데 마을이 없으면서도 어촌계가 형성돼 있으며, 심지어 정부의 핵심 사업인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인천시 중구 운서어촌계(어촌계장 김덕래·50)다.

배후마을 없는 어촌계, 재도약 꿈꿔
운서어촌계는 영종도에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영종도, 용유도, 삼목도 등 4개 섬이 매립·간척으로 육지로 변하면서 지난 1995년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 175명이 어촌계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생활 근거지는 영종도 신도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연간 8000만 명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이 자리 잡으면서 영종도는 거주인원만 10만 명에 이르는 중소규모 도시로 변했다.
도시화가 진행된 이곳 영종도에 어촌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일이다. 특히 배후마을이 없으면서도 어촌뉴딜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는 곳, 도심 속의 작은 어촌, 도심 속 어업인들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곳이 운서어촌계다. 영종도와 용유도를 이어주면서 장봉도로 가는 포구 역할을 담당했던 삼목항 인근은 인천공항 건설로 어업인들이 이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자리 잡으면서 어촌의 향기를 잊지 못한 어업인과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돌아와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곳이 운서어촌계의 중심 삼목항이다.
물이 드나드는 길목이 세 곳이라는 유래를 가진 인천시 중구(운서동). 예전 삼목도는 해안의 갯벌과 어업, 염전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다양하고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어촌 사회를 유지해왔지만 공항 건설로 어촌 마을이 없어지고 삶의 터전도 잃게 됐다.
지난 2017년부터 어촌계 재활성화에 나선 운서어촌계는 영종, 용유뿐만 아니라 신도시에 거주하는 175명의 회원들이 맨손어업과 어선어업, 회타운 및 직판장 운영 등으로 여느 어촌계 못지 않은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3대(代)가 지키고 싶은 삼목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미래세대와 함께 이끌어갈 수 있는 어항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실시설계를 끝내고 3년 내 사업을 완공할 계획이다.
 
어촌뉴딜 300사업자로 선정 올해 실시설계
운서어촌계는 맨손어업 50명, 어선어업 45명, 회타운 및 직판장 20명, 기타 60명 등 175명의 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촌계 공동어장 95ha에서 동죽, 가무락, 민챙이 등을 생산하며 9.77톤 이하 연안어선 50여 척이 통발과 자망 복합어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삼목항에서 만난 김덕래 어촌계장은 어한기를 맞았지만 어촌뉴딜 300사업 설계와 협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통발어선을 가업으로 운영하며 바다 일에 종사하게 된 김 계장은 2년 전부터 아들도 바다 일에 참여하게 돼 3대가 어부의 삶을 살아가게 됐다며 어촌뉴딜 300사업 목표도 미래 어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김 계장은 4년 전 어촌계장직을 맡으면서 아들에게 도시 속의 어촌에서 살아가는 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지난 2008년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된 이후 19척에 불과하던 어선 수가 올해 4월 기준 50척으로 증가됐다. 어촌계 가입도 지난 2017년 2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도심 속의 어촌 사회로 자리 잡아가면서 어촌계 가입도 거주기간 2년으로 줄였고 가입비도 납췄다. 올해도 5명의 어선어업자가 어촌계에 가입하는 등 성장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예전의 어업인보다 외부인이 어촌계의 핵심이 되고 있기도 하다. 삼목항은 서울 및 수도권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고 영종국제도시, 인천 청라국제도시 등 배후도시와 인천공항과의 연계성이 뛰어나다. 배후도시와의 연계해 지속 가능한 도심어항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또한 인어의 전설로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봉도와 신도, 시도, 모도 등 다른 섬으로 가는 방문객들이 꼭 거쳐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 도시와 접근성 좋아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하지만 부잔교 등 어항시설 노후화가 34%로 높아 어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활성화되는 거점어항 대비 활동공간이 협소한 실정이다. 또한 차량 중심으로 도시가 건설돼 보행환경이나 낚시객들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인천공항 외곽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삼목항에는 이곳을 상징하는 건물 2개가 자리하고 있다. 횟집과 카페등의 간판이 있고, 방파제에는 낚시객들이 찾지만 볼거리, 먹을거리를 위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촌계원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직판장도 쉽게 발길을 잡을 만한 매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심 속의 어촌, 미래세대가 지키는 어촌으로 비상을 시도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김 계장은 “삼목항은 지속적으로 선박과 어촌계원이 증가하는 거점어항이며 어촌 내 활용 가능한 잠재 자원과 공항 유휴부지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잠재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어업인이 행복한 도시 어항 기능을 향상시키고, 미래세대가 이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 등 미래세대를 위해 어촌뉴딜 300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사업 참여의 계기이며 목표라고 덧붙였다.
어촌뉴딜 300사업을 통해 부잔교 등 안전한 어항시설을 확충하고 어업인 작업장과 어구보관장 등을 만들어 어업 환경을 개선한다. 또한 안전한 어부길, 어부쉼터, 다목적주차장, 삼목 파시 등 특화된 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체험공간과 바다길 조성 등 고유자원을 활용한 명소화도 추진한다. 특히 어업인의 경제적 자립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어업인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과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계장은 “행복의 길목, 어촌문화의 길목, 즐기는 길목을 조성해 삼대(三代)가 지키고 싶은 삼목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업인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후마을이 없지만 삼목항을 중심으로 어촌계를 형성하고 있는 운서어촌계는 새로운 형태의 어촌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핵심 사업인 어촌뉴딜 300사업으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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