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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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의 교훈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5.17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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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난 흔치 않는 일이며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첫 사례여서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당황해하는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더라도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가 29차례나 있어 당연히 장관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자를 “최고의 능력가”라며 적임자라고 밝히고,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터라 임명 강행 분위기가 높았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춘 전 장관과 참여정부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던 강무현 전 장관 등이 나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터라 임명 강행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할 때인 2018~2019년에 박 후보자는 대변인, 기조실장을 맡아 일하는 능력, 적극성, 위 아래 직원들과의 인화 관계에서 삼박자를 갖춘 적임자라며 임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 보고서 재요청 마감 시한 하루를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저와 관련해 제기된 논란들, 특히 영국대사관 근무 후 가져온 그릇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또한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설명해드렸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후보자의 짐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모두 자신의 불찰이라며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해운항만 분야에서는 실망한 분위기가 역력하며, 수산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박 후보자 지명 당시부터 수산 전문가 중용을 주장해온 수산업계는 앞으로의 파장과 진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비해 도덕성이나 논란의 정도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낙마 1순위가 된 것은 해수부의 위상과 관련이 있지 않나 추정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중앙정부 부처 중 힘없는 곳으로 대접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산업 규모는 물론 인적 구성에서도 타 부처와는 차이가 적지 않다. 현직 국회의원 중 해양수산 분야 출신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관은 대개 정치인들에게 배려하는 자리 정도로 여겨져왔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번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적도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게 낙마의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지만, 해양수산 분야의 현주소를 알게 해준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해양수산 분야는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 역할을 담당하고, 미래 식량 자원을 공급하는 분야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해양수산 분야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해체와 재출범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특정 분야의 패배나 실패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진 사퇴에 대한 파장과 충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장기적인 대응방안 마련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출범, 폐지, 재출범이라는 영욕을 겪으면서도 보직순환 또는 교환, 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 분야 출신들의 영역 확대라는 꼼수를 더 이상 부려서는 안 된다.

해양수산부라는 집안으로 꾸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 항만, 수산, 해양 등으로 나뉘어 주도권 쟁탈에만 골몰해서도 안 된다. 집안싸움에만 매달리다가는 어느새 집 전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문 분야에 대한 배려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협력하고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해양수산부의 중요성과 역할 등을 알려 우호세력을 구축하고 전문인들을 양성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번과 같은 사태는 재발할 수 있다. 충격적인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반면교사로 여기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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