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판정받은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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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판정받은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자세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5.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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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준영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야당의 부적격 판정에 대해 임명권자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박 후보자의 도덕성은 장관으로 취임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 부인이 1250여 점의 도자기를 불법으로 들여오고 이것을 판매까지 한 사실이 논란거리가 됐다.

후보자가 영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 사용한 물품으로 이삿짐에 포함됐다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엄청난 수량의 도자기는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8점의 샹들리에까지 보유한 사실까지 알려져, 장관직 수행 능력은 검증할 필요성이 없을 만큼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상실감을 안겨줬다.

특히 해명에 나선 박 후보자의 답변이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보물선에서 나온 유물인 줄 알았다’, ‘궁궐에서 생활하나’, ‘밀수행위’라는 지적이 청문회에서 쏟아졌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설령 장관으로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장관 후보 자리에서 사퇴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장관의 사생활을 용인해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동네북 신세가 된 장관을 모셔야 하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의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나?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해운항만해양 분야는 물론 미래 식량산업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수산업 등 해양수산업의 수장으로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수산업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위기를 넘어 파산 직전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해상풍력발전 사업, 코로나19 여파로 심화된 수출 및 내수 부진,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 여건 악화 등 신속한 대응과 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수산계에서는 장관 내정 이전부터 수산전문직 인사를 선택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수연을 비롯한 수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의 인사 홀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마지막 장관은 수산전문인을 선택해달라는 성명까지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 달리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차관 자리에 오른 지 8개월에 불과한 박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 실망감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망감의 표출은 단지 장관 내정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가 재통합된 이후 묵시적으로 지켜오던 해운항만과 수산 분야 간의 적정한 인사정책이 최근 완전 무너진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내 수산 분야 최고위직이랄 수 있는 수산정책실장은 이미 해운항만 출신이 꿰찬 지 오래다. 수산정책실의 선임국장인 수산정책관, 재출범하면서 간신히 신설한 어촌양식정책관 역시 해운항만 출신들의 자리로 전락했다.

수산정책실 내 12개 과장 중 5개만이 수산 분야 출신이 맡고 있다. 해운항만 출신이 잠시 수산 업무를 경험한 것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나? 불만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산 홀대는 전혀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뤄진 인사 교류는 해운항만 출신들의 경력 쌓기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자가 용퇴해야 하는 이유는 해양수산부는 물론 해운항만과 수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다. 

‘해피아’, ‘K대 출신’ 등의 인맥으로 형성된 해양수산부 고위직 독식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도 아무런 제지 없이 승승장구한 ‘그들만의 자리 물려주기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해양수산부 해체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국가 산업 기반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미래 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조직문화와 정책 추진으로는 핵심부서로 성장하기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잔뼈가 굵은 박 후보자의 도덕적인 결함은 해양수산부의 미래 비전을 한순간 무너뜨렸다. 정치인 출신 장관에 휘둘리던 해양수산부가 모처럼 내부 승진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부은 꼴이 된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전혀 다른 도덕성을 보여준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다면 영(令)이 제대로 설까 의문이다. 박 후보자는 개인의 입신양명보다는 조직과 해양수산업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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