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위한 유통업계의 동참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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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위한 유통업계의 동참방안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5.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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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수산물 유통’엔 업계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전 세계 100개국에서 4만 개의 MSC 에코라벨 유통
국내서도 동참 활발… 동원산업 국내 최초 인증 획득
삼진어묵 등 65개 기업 ‘책임 있는 소비 운동’에 참여

서종석 MSC 한국대표·부경대 겸임교수
서종석 MSC 한국대표·부경대 겸임교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수산자원의 34.2% 이상이 남획되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획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매해마다 약 2조7000억 마리의 물고기가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먼 나라 바다 이야기가 아니다. 쥐치는 1960년대 이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먹지 않는 물고기였다. 하지만 조미가공을 한 쥐포가 인기를 끌자 바닥을 훑는 방식인 쌍끌이 대형트롤 어선들이 본격적으로 조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 30만 톤에 육박했던 생산량이 10년 후에는 0.5%밖에 남지 않을 만큼 고갈돼버렸다. 명태도 흔하고 잡기 쉬운 생선이었다. 하지만 1940년대 초부터 시작된 트롤어선들의 남획과 1970년대 정부의 규제 완화로 2008년부터 우리 동해 앞바다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북어, 황태, 코다리 등은 모두 미국산이나 러시아산이다. 


불법어업과 혼획 문제의 심각성
사실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들은 대부분 연근해에서 잡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어업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좁은 어장에 너무 많은 어업이 조업하고 있다. 통발, 자망, 선망, 저인망, 안강망, 정치망 등 40개가 넘는 어획방식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어업 또한 극성이다. 전 세계 연간 약 2500만 톤 이상의 수산자원이 불법어업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전 세계 공급되는 수산물의 30%가 불법어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혼획 문제도 심각하다. 잡고자 하는 목표 어종 외 부수어종을 어획하는 것을 혼획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어획량 중 40%가 혼획으로 잡히고 있다. 이 중 25%는 다시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사망하게 된다. 특히 고래, 상어, 바다거북, 돌고래, 가오리, 바닷새 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08년간 약 8만5000마리의 바다거북이 혼획으로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 해 평균 30만 마리의 고래와 330만 마리의 상어가 혼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2017년간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가 무려 1만2000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범고래, 돌고래, 상괭이 같은 이빨고래류가 1만 마리 이상 혼획되는데 상괭이의 경우 전체 70%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근해 폐어구 문제 심각한 수준
어업 활동에 따른 해양쓰레기도 문제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그물, 통발 같은 어구들이 바닷속에서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과 나일론 등으로 구성된 폐어구가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는 약 5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물고기를 포함한 바다생물들이 폐어구에 얽히거나 갇혀서 죽게 되는데 이것을 유령어업이라고 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어구들이 무려 64만 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전 세계 해양오염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폐어구들은 어패류의 산란과 서식도 방해한다. 전문가들은 수산자원의 5~30% 감소 원인이 폐어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근해 폐어구 문제도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연근해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어구가 4만4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1만1000톤 정도만 수거되고 나머지는 3만3000톤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현재 20만 톤 정도의 폐어구가 우리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따라서 폐어구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가 전체 어획량의 10% 수준이라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폐어구뿐만 아니다. 육지에서 해양으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최대 1300만 톤에 달한다. 이미 해양쓰레기의 약 90%가 플라스틱이다. 195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83억 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중 25억 톤은 현재 계속 사용되고 있고, 폐기되어 소각된 것은 7억 톤, 재활용된 것은 5억 톤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46억 톤이다. 대부분 땅에 매립되거나 방치돼 있다. 그리고 하천 또는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다. 해양생물들이 바다에 부유하고 있는 플라스틱 조각이나 비닐봉지들을 먹이로 착각하고 지속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최근 혼획된 돌고래 90%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한다. 


해양관리협의회 인증과 역할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MSC(해양관리협의회, Marine Stewardship Council)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공유의 비극을 계속 두고 볼 수 없었던 국제사회에서 세계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일정 지역의 국가와 정부가 가진 관리역량을 넘어 유통·소비 시장 기반으로 해양생태계 보전과 수산자원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거버넌스를 만든 것이다. 
1996년 MSC가 설립된 후 지속가능어업표준이 FAO의 ‘책임 있는 어업을 위한 행동규범’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MSC 표준은 5년마다 개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관련 세미나와 워크숍은 수산업계와 유통업계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중요한 장이 된다. 
또한 이력추적제 개념인 CoC(Chain of Custody)표준도 제정했다. CoC 인증은 수산물이 불법어업이나 남획된 것이 아닌 MSC 표준을 통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한 지속가능어업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것을 보장한다. 이렇게 이력추적관리가 이뤄진 제품에는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MSC 에코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MSC 인증제도는 FAO의 ‘에코라벨링 지침’을 토대로 설계된 독립적인 3자 인증제도이다. 따라서 MSC는 표준 제·개정을 관장하지만 인증 심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국제인정기구에서 자격을 승인 받은 인증 전문 심사기관에서 평가를 진행한다. 어업에서는 MSC 인증을 받기 위해 표준을 공부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어업을 실천하게 된다. 또한 어업 평가 시 수산전문가와 정부, 국제기구, 환경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게 돼 자연스럽게 거버넌스를 형성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사후 갈등 조정이나 개선방안을 제시해준다. 


에코라벨 수산물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MSC 프로그램에서 지속가능수산물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활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기관과 연계한 환경교육 및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과 연계해 소비자 캠페인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생산자와 바이어가 서로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지속가능수산물이 잘 유통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가능어업에 실질적인 시장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가치사슬이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MSC 인증제도에 협력적 거버넌스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 연구기관, 환경단체, 학계, 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산물의 17%가 MSC 인증어업에서 나오고 있고 현재 100개국에 4만 개의 MSC 에코라벨이 유통되고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0억 달러 규모이다. 
유엔과 FAO에서도 수산 부문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MSC 인증을 취득하라고 권고하고 월마트, 코스트코, 까르푸 같은 세계 100여 개 대형마트에서 이미 ESG, CSR 등의 달성을 위해 MSC 인증수산물 구매선언을 하고 있다. 또한 맥도널드, 힐튼, 하얏트 같은 기업 브랜드뿐만 아니라 올림픽 위원회에서도 구매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동원산업이 국내 최초로 MSC 어업인증을 획득하고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MSC 에코라벨 수산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동원F&B, 한국맥도날드, 이케아 푸드, 홈플러스, 롯데마트, 한성기업, 올가홀푸드, 덕화푸드, 삼진어묵 등 65개의 기업에서 MSC 프로그램에 동참해 지속가능어업 및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양생태계 보호와 지속가능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유통업계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책임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도 유통업계에서 지속가능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어업에서도 동력을 잃어버리고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바다에는 다시 공유의 비극이 일어나게 되고 우리 수산물은 고갈될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의 바다 상황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에 처해 있다. 유통업계에서 이러한 문제를 간과하고 현재의 방식으로 수산물을 유통한다면 우리 미래 세대는 수산물을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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