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승목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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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승목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1.05.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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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없이 단백질로 꽉 채운 명태 과자 맛보세요”

알래스카산 명태 연육 53% 함유… 라이스페이퍼로 식감 살려
대게 허벅지살 모사할 만한 수준의 ‘게맛살’ 개발작업에도 나서
수산식품산업 발전하려면 상용화 가능한 기술 개발 이뤄져야

대한민국 국민 간식 ‘새우깡’엔 새우가 얼마나 들었을까? 새우깡 한 봉지는 90g. 이 중 새우는 8.5%가 들었다. 새우는 국내산과 수입산을 섞어서 쓴다. 새우깡을 만드는 회사 농심은 국내산 원료로 매년 500~1000톤의 전북 군산산 꽃새우를 사용하고 있다.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60~70%에 달한다고 하니, 어업인들의 든든한 판로인 셈이다. 
잘 만든 과자 하나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 수산물 인지도도 높인다. 수산식품산업 역시 발전시킬 수 있다. 수산물이 들어간 가공제품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올 3월 명태로 만든 과자가 출시됐다. 학계와 업계가 손잡고 내놓은 결과물이다.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스낵’이라 불리며 벌써부터 인기다. ‘피쉬팝’ 개발자 조승목 교수를 만나러 부경대학교로 향했다.  

수산물로 만든 스낵 제품 개발
“수산식품 저변을 확대하고 싶었다. 스낵은 여러 품목 중에서도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하다고 판단해 선택하게 됐다. 수산물이 들어간 스낵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조승목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2017년경부터 수산물로 만드는 스낵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9년.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수산식품산업 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그는 당시 연구 과제를 통해 ‘황태 피쉬 스낵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델리황’이란 스낵이다.
조 교수는 “당시 타사 황태 스낵은 대부분 튀긴 형태였는데, 국내 최초로 로스팅 기법을 도입한 황태채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면서 “제품 출시 이후 대기업에서도 로스팅 기법을 적용한 황태 제품을 잇따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 제품을 계기로 선해수산과 연을 맺게 됐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선해수산은 수산물을 원재료로 한 스낵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업체다. 올 3월에 출시된 피쉬팝도 조 교수와 선해수산이 공동 개발에 나서 탄생한 제품이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피쉬팝’
조 교수는 해수부 연구과제(해역별 특성을 고려한 전통 수산가공식품 개발 및 상품화)의 하나로 피쉬팝 제품을 개발하게 됐고, 선해수산이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으로 출시했다. 
피쉬팝은 명태와 라이스페이퍼(쌀가루와 물로 만든 얇은 시트)를 주원료로 만들었다. 명태 연육으로 단백질 함량을 높이고 라이스페이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성함과 바삭한 식감을 구현해냈다. 
조 교수는 “고품질 프리미엄 생선 스낵으로는 명태 살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며 “단, 명태 살은 대부분 단백질과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스낵으로 만들었을 때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어육 겉에 라이스페이퍼를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해 식감을 살렸다”고 밝혔다.
이 제품에는 명태 연육 53%가 함유돼 있다. 저렴한 베트남산이 아닌 알래스카산 최고급 명태 어육을 사용했다. 또 밀가루에는 글루텐 성분이 들어 있어 소화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기 질환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증상을 발현하는데, 이 제품에는 밀가루가 포함돼 있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김맛, 치즈맛, 콘소메맛 3가지 종류로 출시된 이 제품은 영양 간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제품이 출시된 이후 누리소통망(SNS) 등에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스낵’이라는 리뷰가 이어지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생체모사형 게맛살’ 개발하는 중
조 교수가 수산물을 원료로 개발한 첫 제품은 수면영양제였다. 부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기 이전에 한국식품연구원에 몸담고 있을 당시 감태 추출물에 함유된 플로로탄닌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주요 성분임을 밝혀내고, 식약처에서 국내 최초로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개별인정 원료로 인정받았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조 교수는 2017년 해양수산과학기술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안기도 했다.  
현재 조 교수는 게맛살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생체모사형 게맛살’.
조 교수는 “1975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게맛살이 47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개량돼 왔다”며 “최근엔 게살 느낌을 살린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 말에 따르면 대게 허벅지살(2~3번째 다리)을 조직학적으로 해부하면 150가닥이 나오는데, 이를 모사할 만한 수준의 어묵을 만들겠다는 것. 조 교수는 “어묵으로 얇은 실을 만들어 게살과 같은 조직감을 구현할 것”이라며 “게살과 최대한 유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업체와 함께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산식품산업화 위해선 원료 확보 중요해
‘국내산 수산물이 아닌 수입산 명태를 왜 주원료로 사용했는가.’ 조 교수가 피쉬팝 제품을 개발했을 당시 들었던 말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산업화를 하려면 원료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그럴 만한 어종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연근해에서 잡힌 수산물은 가공할 물량 없이 바로 소비돼버린다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기업 등이 양식업에 참여토록 해 수산물 생산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수산가공식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사실상 수입산 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하는 자체도 의미 있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해 우리나라에 이익을 줄 수 있으냐, 없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조 교수는 우리나라 수산가공식품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하고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해야만 산업적인 파급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조 교수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수산식품 개발에 더욱 주력하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회사를 수산식품 분야의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해보고 싶다”면서 “부경대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매출이 발생하면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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