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청룡 목포수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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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청룡 목포수협조합장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5.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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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조합을 흑자로 전환하고 위판 실적 전국 1위 했죠” 

신용사업·경제사업·위판고 등 신장… 당기순이익 취임 전보다 330% 성장
취임 전 4441억 원이던 여·수신고를 1조 원으로 늘려 1조5000억 원 목표
지난해 목포수협 설립 83년 만에 처음으로 위판고 2000억 원대 시대 열어

 

수산인으로는 가장 영예로운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축하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수상 소식을 들은 고향 친구들은 물론 전국 수협 조합장들과 조합원, 조업을 마치고 목포항으로 돌아온 선장과 선원들도 반갑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지난 4월 20일 목포수협 조합장실에서 만난 김청룡 조합장은 “은탑산업훈장 수상은 개인적으로나 수협, 집안의 큰 영광이지만 현재 수산업 여건과 환경이 매우 어려워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여기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 이후 실제 시급히 해소해야 할 현안들이 속출했다. 가장 큰 현안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막는 일이다. 이날 목포수협은 근해안강망과 자망 등 어업인들과 함께 목포수협 동부위판장에서 집회를 열고 해상 방류 철회를 촉구했다. 수협중앙회에서 열린 전국 수협 지역별 조합장 협의회의 해양 방출 반대 전국 결의대회 개최 결정을 목포수협이 직접 실천한 것이다.

8월 북항 단지로 본소 이전
목포수협은 오는 8월 중순경 본소를 목포 북항 단지로 이전한다. 이미 건축공사는 완료됐으며 일부 시설은 가동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3월에 이전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목포시와 협의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어 지연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의 생계대책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김 조합장이 최근 가장 많은 대화와 논의를 가지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의 목포수협 인근 상인들은 수협 조합원이 아니며 수협과의 관계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역 상권을 형성하고 수산물의 유통과 가격 유지 등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 북항으로 목포수협이 이전하면 이들 상인들은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다.
김 조합장은 목포수협 인근 상인들도 북항으로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항 목포수협 이전지 인근에는 국유지이지만 활용을 못 하고 있는 부지가 남아 있다. 지역 상권을 단기간에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상인들이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 김 조합장의 생각이다.
김 조합장은 경영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조합을 흑자로 전환하고 위판 실적 전국 1위를 달성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드러난 실적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수협과 지역을 최우선에 두는 김 조합장의 상생 정신이 은탑산업 훈장 수상의 결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새벽 5시 위판장 찾아 어업인과 소통
2016년 보궐선거에서 조합장으로 당선되고 지난해 전국동시선거에서 조합장에 선출된 재선조합장이지만 수협의 경쟁력 제고와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이라는 목표 달성은 만만치 않았다.
목포수협은 10여 년 동안 조합장들의 비리와 고소, 고발 등으로 부실조합으로 전락해 수백 억 원의 경영개선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합을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합원들을 위해, 그리고 조합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제시하고 동참을 호소했지만 악습에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는 덴 아주 소극적이었다. 
김 조합장은 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몸소 실천하면서 조합원은 물론 지역 상인, 외지 어선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조직을 혁신하는 데 앞장섰다.
매일 오전 5시 위판장에 나와 어업인들과 상인들을 만나 소통의 시간을 늘리고 위판 서비스 개선과 공정한 경매 환경 조성에도 나섰다. 또한 지난 1998년부터 양식어업과 수산물유통판매업, 연안복합어업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기업체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탁월한 경영 능력도 발휘했다. 신용사업을 비롯해 경제사업, 위판고 등을 신장해 당기순이익을 취임 전 대비 330% 성장시켰다. 당기순이익이 5억 원 수준으로 전국 수협 중 68위에 해당했던 목포수협은 지난해 전국 20위권으로 진입했다. 수도권 점포 개설 등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신용사업도 김청룡 조합장 취임 전 4441억 원에 불과했던 여·수신고를 1조 원으로 늘렸으며 1조5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협중앙회에 8억 원을 출자금으로 내 중앙회 출자금을 총 17억 원으로 늘렸다.
 

위판고 전국 1위, 수협중앙회 최우수 조합 선정
위판고도 사상 처음으로 2062억 원을 돌파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목포수협 설립 83년 만에 처음으로 위판고 2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2020년도 수협중앙회 협동운동 최우수 조합 선정 등 빛나는 경영 성과를 거뒀다.
김 조합장은 “위판고 전국 1위는 운이 많이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다양한 제도 운영이 현장에 스며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구별 수협이 위판고 1위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넙치를 수출하는 제주어류양식수협과 의무상장제를 운영하는 민물장어양식수협의 위판고를 앞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이들 조합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출 부진과 소비 약세로 출하가 줄어든 반면 목포수협은 지난해 갈치와 조기 풍어를 기록해 위판고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갈치와 조기가 풍어를 이루면서 전남 영광, 제주 추자도, 심지어 여수 선적의 어선들까지 목포수협을 찾았다. 위판 대기표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목포항 입항이 어려운 어선들은 인근지역에서 어획물을 하차해 육상으로 이동시켜 위판에 나서기도 했다. 목포수협에서 위판할 경우 0.5%를 연말에 정산해 돌려주는 위판 마일리지 제도와 육상에서 차량으로 어획물을 수송할 경우 수송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병행 시행해 외지 어선들을 적극 유치했다. 또한 24시간 유류를 공급하고 얼음 등 선수품 공급도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 외지 어선들의 어획물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어업인과 중매인, 경매사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매사 순서를 무작위로 결정해 공정성을 기했다. 경매제도를 개선해 공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와 함께 참조기 자동선별기 6대를 설치해 선별시간과 인건비를 절약하게 했다.


냉동하지 않은 ‘목포 갈치’ 특산품으로 개발
목포수협은 8월 서남권 친환경 수산종합지원단지 조성사업으로 완공된 목포 북항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북항 단지는 현대화된 시설에 비해 위판장이 협소하고 어업 지원활동을 위한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선어위판장과 냉동·제빙시설, 젓새우위판장 규모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역특산품 개발과 유통사업을 위한 시설도 미비한 상황이다. 수협별, 어종별로 제각기 다른 어상자의 규격화도 시급한 과제다. 북항 시대 개막을 앞두고 김 조합장이 현안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가공 및 유통사업 추진이다. 김 조합장은 “어획물 증가나 위판고 향상만으로는 수협의 경영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한 번도 냉동하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한 ‘목포 갈치’를 지역특산품으로 개발해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가공·유통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탑산업훈장 수상을 수산업에 헌신하라는 명으로 여기고 있다는 김 조합장은 어업, 양식, 생산 등 여러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면서 어업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의 경우 기후변화 등으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법에 의해 보상이 실시되지만 수산물의 경우 보상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온 상승에 따른 김 생산량 변화나 산란 및 부화 부진으로 인한 낙지 어획 부진은 어업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만 제도적인 보상대책은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어업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개발 붐을 타고 정부와 민간에서 무차별적으로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김 조합장은 해양공간 이용계획 제정을 최초로 해양수산부에 건의해 민간협의체 결성과 참여를 성사시켰으며 자체적인 연구용역도 실시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수산업과 어업인, 어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게 한 것이다.
올해 조합장 경력 5년 차에 접어든 김 조합장은 “당장 해소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면서 “주어진 여건하에서 어업인과 어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정부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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