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정희 경북 포항 구룡포리어촌계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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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정희 경북 포항 구룡포리어촌계장 당선자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1.04.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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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나를 선택했다”

35년간 바닷속 누비던 해녀, 어촌계장에 당선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이웃 사랑 실천 
어촌 뉴딜사업 통해 마을에 도움 될 사업 추진

지금은 예사로 여기는 일이 됐지만 여자가 배를 타는 것이 금기시되던 때가 있었다. 어촌계장이라는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촌계, 수협 등 어촌사회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꾸려진 탓에 여자가 어촌계장이 되는 건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느리게나마 변화는 시작됐다. 35년 간 바닷속을 누비던 해녀가 어촌계장으로 당선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경북 포항 구룡포에서 들려왔다.


포항 ‘2호 여성 어촌계장’ 탄생
“‘여자도 도전하면 할 수 있다’라는 성취감을 맛봤습니다. 어촌계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은 물론 투명한 운영을 통해 침체돼 있는 어촌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습니다.”
지난 4월 18일 치러진 구룡포리어촌계장 선거에서 35년 경력의 해녀 성정희 씨가 당선됐다. 포항 내 80개 어촌계 중 청진2리에 이어 ‘2호 여성 어촌계장’이 탄생한 것. 
성 당선자는 “탁상행정식 실천방안으로는 헛물만 켜기 일쑤고, 현장을 뛰어봐야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해 어촌계장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면서 터득한 지혜를 밑천 삼아 구룡포리어촌계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5월 11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성 당선자에겐 바람이 하나 있다. 어촌뉴딜 300사업을 통해 활기찬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것. 성 당선자는 “구룡포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지만, 지역 내 주차 공간과 먹거리 시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구룡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어촌계원들에게 보탬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 당선자는 “아직도 어촌에는 여자들이 목소리를 낸다 싶으면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여자도 어촌계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봉사 통해 진정한 행복 느껴
성 당선자는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봉사를 펼치는 어업인으로도 유명하다. 5년 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는 그의 계기는 이랬다. 
“잠시 구룡포를 떠나 부산에서 사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어렵게 살았던 시절이 있었죠. 당시에 아이들이 어렸는데 집안 사정이 어렵다 보니 먹고 싶다는 것도, 가지고 싶다는 것도 사주지 못했습니다. 정말 괴롭더군요.” 
본인 스스로 절박한 상황을 겪어봤기에 어려운 이웃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성 당선자는 “돈을 버는 것보다 요긴한 곳에 잘 쓰는 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행복이라던 어른들의 말씀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고 전했다. 
성 당선자는 “처음에는 내가 바다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바다가 나를 선택한 것 같다”며 “어촌계장 임기 동안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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