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의 날에 수산업·어촌, 어업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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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인의 날에 수산업·어촌, 어업인은 없었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4.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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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경북 포항에서 제10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지속되는 위중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지역축제나 정부 행사들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가운데 전국 수산인을 위한 생일 잔치 행사가 열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해양수산부는 10년째를 맞는 이날 행사에 ‘깨끗한 바다, 희망찬 어촌, 우리는 수산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수산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수산업과 어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어업의 전진기지이자 과메기의 고장인 포항에서 개최한 것도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예전의 수산업이 부흥했던 장소를 찾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과 더불어 어업인들이 새롭게 각오를 다지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10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는 유공자들에 대한 정부 포상 수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행사 개최 이유가 의심될 정도로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수산인의 날에 정작 주인인 수산업·어촌, 어업인은 없었다.

이번 행사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임준택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을 비롯한 수산업 관계자와 정부 포상 수상자 등 70여 명만이 참석했다. 바다와 싸우며 어렵게 일군 성과를 인정받는 자리에 가족들의 축하도 허용되지 않았다. 평생 기억하며 가족이나 소속 기관, 단체의 영광이 될 훈·포장 수상자도 기념사진 한 장 남길 기회마저 제공되지 않았다. 정부 기념식에 수상자들이 들러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이날 수상자들은 기념식 하루 전까지 본인의 수상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루 전에 열린 수협 창립 기념식과 날짜가 겹쳐 수상자들을 일괄 선정함에 따라 발생한 해프닝으로 여길 수 있으나 수산업과 어촌, 어업인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수산인의 날 기념식은 1969년 어민의 날로 시작돼 1973년 권농의 날로 통합되었다가, 수산업·어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수산인의 긍지를 고취하기 위해 2011년 어업인의 날로 부활했다. 정부 차원의 기념식은 지난 2015년 6월 제정된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에 따라 수산인의 날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개최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기념식으로 변경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산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수산업과 어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훈·포장을 수여하거나 국회의원, 장관 및 관련기관장들의 얼굴을 알리는, 생색내는 자리가 절대 아니다.

한데 강산이 변할 10년이 지난 올해 기념식도 초대된 단체장들의 훈계 연설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웠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어촌과 어업인들을 배제한 행사는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현장에 초대받지 못할지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어업인과 어촌 관계자들을 초청해 행사에 동참시키는 성의는 보였어야 한다. 행사에 초대받지 못한 어업인들 대부분은 억지 행사를 진행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수협 창립일과 겹치는 문제다. 수산인의 날 행사가 어촌과 어업인들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 수협 창립일과 같은 날이어서 수산계 최대 행사가 둘로 쪼개져 관심도가 분산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협 창립 기념일을 특정 날짜로 변경하거나 조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산인의 날은 기념식 축소는 물론 다양한 축하 부대 행사마저 실종돼 수산업·어촌과 어업인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이번 기념식 부대 행사는 대형마트 8개사, 온라인 쇼핑몰 15개사, 생협 4개사, 수산 창업기업 4개사가 참여해 수산물을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수산인의 날 특별전’이 고작이었다. 당사자인 어업인과 어촌 관계자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수산인의 날을 일반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바다 알리기 행사조차 개최되지 않은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무관심이나 의지 부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기념일이라면 기념식 개최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어촌과 어장 청소를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다. 지역별 주요 어장에서 유령어구를 건져올리는 행사, 금어기를 맞은 품종에 대한 어획 금지와 유통 자체 촉구, 자원 조성용 종자 살포 등의 현장 행사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깨끗한 바다, 희망찬 어촌, 우리는 수산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면 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보다는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코로나19 극복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수산업과 잘 사는 어촌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수산인의 날 횅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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