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엇박자 수산정책 이대로 좋은가? 
상태바
[독자투고] 엇박자 수산정책 이대로 좋은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3.22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환 전 (사)전국채낚기 실무자 울릉어업인 총연합회장
정영환 전 (사)전국채낚기 실무자 울릉어업인 총연합회장

전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 울릉도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자원 남획 속에서도 소량의 어획고를 올렸지만 지역 관광업계의 어려움으로 건오징어 판매 난조가 거듭돼 오징어 유통 시장은 멈춘 상태다. 울릉군수협 소속 중도매인들의 자금 사정 또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에 어획될 오징어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돼 사실상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업 정책을 발표해 울릉도 어업인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은 서·남해 자망어선들에게 오징어 총허용어획량(TAC)을 배분해 제공한 것이다. 해수부는 오징어 어족 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어획 강도가 높은 근해어선을 거액의 국고를 투입해 감척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남해 자망선들에게 합법화한 오징어 조업을 TAC까지 부여한 사항에 대해 어족 자원 보호·육성 차원에서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인 것이다.

여기에 더욱 기가 막히는 것 중 하나는 서·남해 자망어선들에는 조업구역조차 정하지 않고 TAC 할당량을 제공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채낚기어선과 조업구역이 겹쳐져 조업 활동 시 이동을 하지 못하는 채낚기어선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막대한 어구 손실로 어업인들에게 경제적 피해는 물론 엄청난 조업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결국 동해안 채낚기어선들은 도산하고 말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2018년부터 전국 동시 어업허가제를 시작하면서 수산동물의 체포물을 분류하지 않고 수산 동물을 기타어종으로 광범위하게 포획할 수 있게 허가권을 부여함에 따라 과거에 제정된 채포물을 삭제하다 보니 자망어선에는 그물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수산물을 포획할 수 있는 폭넓은 어업허가가 부여됐고 상대적으로 채낚기어선의 어업권리만 완전히 침해당한 것이다. 

여기에서 자망어업과 유자망어업을 살펴보면 어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유자망어업은 조류에 따라 그물을 흘려가면서 어로 활동을 하는 것이고, 자망어업은 해저면에 그물을 놓아 고정시켜서 하는 어법이다. 이처럼 완전히 어법 자체가 다른 것을 정부는 자망어업과 유자망어업 허가를 통합시킨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동해구 중형트롤선은 선미측 허가권과 현측식 허가가 있다. 현측식 허가를 받은 어선은 선미식 어로활동을 할 수 없다. 선미식 경사로 조업활동은 불법 어로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불법 개조해 조업하는 현측식 트롤어선에 정부는 특혜를 제공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선미식 어선은 선박 건조를 제한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로부터 선박 매입도 금지하고 있으나 불법으로 개조해 조업활동을 하는 현측식 트롤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미식 조업 강도가 현측식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은 어떠한가. 모든 현측식 트롤도 선미식으로 조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합법적 허가를 부여받고 조업활동을 하는 어선에는 규제를 가하고 불법으로 조업하는 선박은 규제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규제를 적용해 선령이 많은 선미식 트롤만 감척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엉터리 어업정책을 시행하는 정부가 한심하다 못해 가증스럽다. 정부는 현측식과 선미식에 동일한 법령을 규정해 형평에 맞게 시행해야 할 것이며 수산업법의 목적에 맞게 수산자원을 조성·보호해야 한다.

또한 편파적인 허가 부여로 자원을 고갈시키며 어업인들 간 분쟁을 야기해선 안 된다. 아울러 과거의 어업허가제를 원상 복구하고 유자망과 자망 허가권을 분리해 수산자원 고갈을 방지하고 진정한 수산 발전과 어업의 민주화를 위해 공정한 수산어업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