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문제, 현실 감안한 대책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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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문제, 현실 감안한 대책 마련돼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2.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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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수산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수급 문제에 그쳤지만 이제는 임금과 주거 환경, 인권 문제까지 각종 관리기준이 강화돼 어업 현장의 핵심 사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우리나라 산업의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으로서, 국내 전체 산업에서 필수요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2018년 기준 88만 명이 넘었다. 외국인 선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외국인 선원은 2만5000여 명으로 전체 선원의 44.3%를 차지하고 있다. 어선원을 제외하더라도 광어를 비롯한 육상양식장이나 전복·굴·김·미역양식장, 내수면양식장, 가공공장 등 거의 대부분의 어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지난달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21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을 의결했다. 연근해어업의 외국인력 승선비율 확대(전체 어선원의 40%→50%)와 연안통발어업 및 연안자망어업의 고용허용인원 증가(척당 2명→4명)가 주요 골자로 반영됐다. 지속적인 어가인구 감소 및 고령화를 고려해 인력 수급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고용노동부도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해 관련 기관에 하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켜 어선원 고용노동 환경과 관련한 주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1월 8일에는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같이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국회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 보장과 임금, 안전 등에 대한 관리와 기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수급 문제에서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인권, 안전, 임금, 복지에까지 확대돼 폭넓은 검토와 기준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어업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문제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 근로자가 이제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나 수용할 수 없는 규정은 현장의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

수급 문제의 핵심인 고용방법은 법 적용이 간단치 않다. 원양과 20톤 이상 근해어선은 선원법에 따라 외국인선원제(E-10비자)를 통해 선원 수급이 이뤄지지만 전체 어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톤 이하 소형·영세어업인은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수급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불법 이탈과 이탈 시 대체인력 수급, 어업 경력 없는 인력 공급 등 문제가 잇따라 어업 현장에서는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선원법으로의 일원화는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8년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개선에 나서 올해부터 국내 선원 임금에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원에게 숙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생활 지원까지 하는 마당에 내국인 선원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사용자들의 주장이다. 법적으로는 내·외국인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이탈하고 도망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국내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사업주 인권을 보호하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주거환경 개선 업무지침 역시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로 반발을 사고 있다. 생산원가 상승, 수입수산물과의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양식장들의 시련을 도외시한 채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규제 강화는 역차별이라는 것이 양식장 사업주들의 주장이다.

건출물대장상 용도로 지정된 숙소보다 더 안락하며 편리한 양식장 관리사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는 주장이다. 양식장 사업주들은 고용허가 신청 시 현장을 방문해 승인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20톤 미만 어선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숙소 기준이 있으나 20톤 이상 근해어선은 관련 기준이 없어 시설 수준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법 적용이 어렵다면 현장 상황에 적합한 규정을 정해야 한다.

어업 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급과 인권, 임금, 안전 문제가 다양하게 논의되고 관련 규정이나 법, 지침 등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국내 사업주들과 산업 현장의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면 관련 산업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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