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출항 금지 논란, 소통 부재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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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출항 금지 논란, 소통 부재가 원인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12.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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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30톤 미만 어선의 풍랑주의보 발령 시 출항 금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해당 어업인들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출항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겪게 된다며 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선단 조업이나 원거리 통신장비 장착 의무화로 조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어업인들의 안전 조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조치라며 후속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1월 1일부터 겨울철 조업이 시작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해당 어업인들의 반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30톤 미만 연근해어선에 대해 풍랑주의보 등 기상 특보 발효 시 출항을 제한하는 조치가 어업인들의 생산 활동을 저해한다는 건의를 받아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 8월 시행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풍랑주의보 등 기상 특보가 발효되면 어선 출항이 전면 금지됐으나 개정안에는 실시간 위치발신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2척 이상의 어선으로 선단을 편성하고, 어선 간 최대 거리를 6마일 이내로 유지할 경우 조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어업인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조치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이 시행규칙이 불필요하며 규제 강화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기존에 어선위치추적장치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위치발신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먼거리 조업이 거의 없어 사실상 장착이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장착 어선에 대해 불법 어업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어항 복귀를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업인들의 원활한 조업 지원을 위해 개정된 규정이 어업인들의 불만만 고조시킨 꼴이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도 서운하기는 마찬가지다. 겨울철 조업을 희망하는 어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예외 조항을 뒀으므로 사실상 정부는 규제를 풀어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근해어선에 어선위치 자동 발신과 긴급조난통신이 가능한 무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정책이 어업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부재다.

지난 8월에 시행된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겨울철(11월 1일~ 3월 31일)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15톤 이상 30톤 미만 어선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실시간 위치 확인이 가능한 어선위치발신장치를 갖춰야만 출항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이 개정됐는지 대부분의 어업인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30톤 미만 어선으로 겨울철 조업에 나서는 일부 어업인만 숙지하고 있을 정도다. 일선 수협이나 어업인단체 등을 통해 규제 완화 사실을 알렸다면 이러한 반발이나 불만은 표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12월 한 달간 우선 순위로 선정된 어선 100척에 장거리 위치발신장치를  보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장비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동해안 어업인들은 겨울철 조업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장비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해양수산부의 말을 믿었지만 장비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양수산부만 믿고 있다가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어업인과 내년까지 장비 보급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해양수산부의 주장에 틀린 부분이 없다. 이러한 서로의 주장이 간담회나 설명회를 통해, 또는 공식적인 문서 등을 통해 알려졌다면 불만이 표출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부 정책 방향과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됐다면 어업인들도 정부에 감사를 표시했을 것이다. 

장거리위치발신장치도 정부 지원금이 50%가 넘는다. 장거리 위치발신장치 단말기 가격은 400만 원이다. 이 중 280만 원은 국비로 지원되고, 어업인은 자부담 120만 원과 설치비용 54만 원을 더해서 174만 원을 부담한다.

어업인들의 안전 조업을 위해 예외 조항을 만들고 자금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불만은 오히려 높아지는 지경이다. 어업인들은 정부가 장거리 위치발신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만큼 장비 단말기와 설치비를 100%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발신장치가 보급이 안 되는 등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 만큼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 시행을 내년까지 유예해야 한다며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어선 출항 금지 논란에 대해 정부와 현장 어업인들이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추진상의 문제가 있다면 정부도 과감하게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며, 어업인들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은 현장의 문제들을 조사·평가해서 현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추진된다. 또한 이 정책은 수요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고 현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수요자들 역시 현안 사항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하고 정책 수립과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해야 하며 수립된 계획의 추진 과정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다양한 검토 과정을 거쳐 마련된 정책에 우리의 주장이 누락되지 않도록 정부와 끊임없이 교감을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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