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와 수산업의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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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와 수산업의 대응방안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11.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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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지난 15일 제4차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에서 최종 서명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 나라가 참여해 지역 경제 통합을 꾀하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RCEP은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협정에 참가해 무역규모(5조4000억 달러), GDP(26조3000억 달러), 인구(22억6000명) 면에서 전 세계의 약 30%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이다.

RCEP 최종 서명으로 교역 구조가 다변화되고 수출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역내 무역장벽은 낮아지고 사람과 물자, 기업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며 전 세계 다자주의 회복과 자유무역 질서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가별 무역 협상인 양자 간 협상을 꾸준히 추진해온 정부가 다자 간 협정 체결을 마무리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신남방 정책을 가속화하고 역내 통일된 무역 규범을 만들어 무역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RCEP 최종 서명은 수산업계에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의 민감한 수산물에 대해서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는 한편, 기존에 체결했던 FTA를 기준으로 추가 시장개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협정 마무리 발표가 나오자마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불만이 RCEP이 도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정부가 공들여 미래 전략으로 추진하는 것이지만 수산업계와는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양자 간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개방화 규모나 수준,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역내 국가를 통한 우회 수입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불리는 RCEP을 체결하면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 거대 경제블록 형성이라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미사여구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만 키우는 것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성명서를 통해 소통과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RCEP은 국내의 비준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된다. 지금이라도 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업계와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적인 경제 이익만을 앞세워 수산업계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양자 간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감수해온 수산업계에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협정에서 중국과는 추가 시장개방 없이 지난 2015년 발효된 기존 FTA와 동일한 수준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개방화 이후 우리 수산업계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산물 중국 수출에 나선 업체들은 과도한 관세 부과와 수출 품목 미지정 등으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사항을 이번 협정에서 수정하거나 동등한 조건으로 바로잡아야 했지만 해양수산부는 동일한 수준의 개방이라며 생색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과의 최초의 FTA 체결도 걱정거리 중의 하나다.

일본과는 그동안 양자 간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국민정서상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이지만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경상수지 적자가 워낙 커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다자 간 FTA를 통해 이를 타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 수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면서 수출하는 국가다. 일본산 참돔과 방어는 이미 국내 시장을 대부분 잠식하거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출 주력 수산물인 광어와 전복, 김은 일본의 의지에 따라 국내 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양자 간 협상이든 다자 간 협상이든 협정 체결은 수산업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개 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국제사회로까지 확산되면서 일본이 RCEP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닌지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RCEP은 2010년 미국 주도로 협상이 개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대항마 성격으로, 중국이 지역 경제 통합을 꾀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협정 최종 서명 이후 밝혀진 내용은 중국보다는 일본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RCEP과 TPP 모두 가입된 일본의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역내 무역환경에서 주도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RCEP은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산지 기준과 증명 절차 등 관련 규정이 FTA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수산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협정이 완료되고 비준을 남겨둔 상황이 됐지만 지금이라도 RCEP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정부와 수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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