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지도 공무원 실종사건, 해수부가 후속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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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 공무원 실종사건, 해수부가 후속대책 마련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10.05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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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업무 수행 중이던 어업지도 공무원이 실종돼 북한 수역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결과는 분명하지만 이유와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와 북한 당국의 발표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뒤늦게 상황점검회의를 가져 실종자 가족은 물론 수산업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논란을 키운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실종자가 자진 월북했으며 북한 수역에서 체포돼 총살당하고 불태워져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정부가 일부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부터다. 단순한 실족이나 사고에 의한 실종사건이 아니라 국가 공무원이 총에 맞고 불에 탄 반인륜적인 북한의 행태가 정확한 확인 없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대형 사건으로 키워진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진 월북인지, 사고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확인되지 않는 입소문을 차단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은 연평해역 조업질서 유지를 위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승선해 근무 중 실종됐다. 한데 해양수산부는 사고 발생 7일 후에 첫 상황점검회의를 가질 만큼 주변 상황에 대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우리 집 자식이 밖에서 싸늘한 죽음을 맞았다는 게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쉬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전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대국민 메시지 한 번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부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과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해양수산부의 늦장 대응과 소극적인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부터라도 사건의 진실 규명에 적극 개입하고 후속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소속 공무원의 명예 회복과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사건 발생 초기에 실종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정 불화에다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 자진 월북했으며,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는 루머가 퍼졌다. 이때 해양수산부가 소속 직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작은 비판 기사에도 해명자료를 발표하던 것과 달리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공식적인 설명이 없었다. 소속 공무원이 사고를 당해 죽음에 이르고 시신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고에도 해양수산부는 함구로 일관했던 것이다.

거친 바다에서 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어업지도 공무원들은 항상 위험과 사고에 노출돼 있다. 이들에게 소속감이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소속 기관이 든든한 배경이 돼주어야 한다. 그런 만큼 북한과의 합동조사가 성사될 경우 해양수산부가 꼭 포함돼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인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자칫 해양수산부가 이번 사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사건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남북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유엔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진실 규명이 사실과 다르게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일정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꼬리 자르기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책임을 떠안을지도 모른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강력 규탄에서 북한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례적이라며 두둔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북한도 사과하는 모습에서 시신 수색을 위한 우리의 활동을 영해 침범이라며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대응이 계속된다면 실종사건에 대한 책임이 해양수산부로 쏠릴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어업지도선의 비품 보관 상태에서부터 지도 공무원들의 근무 행태를 둘러싼 문제가 하나둘씩 흘러나오고 있다.

무궁화 10호에 승선했던 15명의 동료들은 무사히 출항지인 목포항으로 귀항했다. 하지만 대형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이 현업에 무사히 복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서해어업관리단이나 어업지도선 무궁화호 승선 근무자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복귀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준다는 신뢰가 없다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진실 규명은 물론 후속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의 대표로서 이번 사건에 휘말린 어업지도 공무원은 물론 동·서·남해어업관리단 소속 지도공무원 600여 명에게 자긍심과 사명감을 심어주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실종자 수색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접경지역 어업인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서해5도 해상 인근에서 조업 중인 130여 척의 어선이 조업활동과 병행해 실종자 수색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접경지역에서 조업하면서 어업지도선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며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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