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 국민 모두 소중히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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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 국민 모두 소중히 알자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10.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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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어촌·어업인 다원적·공익적 가치 29조~47조 원에 달해

수산업, 안전한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국민에게 공급
국토의 균형적 이용과 자연보호 및 연안수역 관리해
해난구조 3188억 원, 국경해역 감시 3615억 원 가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장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장

정부가 어업인에게 다양한 형태의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지원으로 어업인이 체감하는 대표적인 것이 어업용 석유류의 세금 면제와 어업경영자금의 저리 융자다. 2019년을 기준으로 석유류의 세금 면제에서는 7026억 원, 영어자금 융자에서는 557억 원의 저리 혜택을 받았다.
어업인이 지원받는 대표적인 혜택인 이 면세유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나 지원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지원이 적절한가에 대한 자체적 의문을 가지고 있다. 어업인들은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더 어려운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배를 소유한 어업인은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사용하는 난방 기름에는 세금을 꼬박꼬박 매기면서 선주들에게는 면세를 해주는 것이 사회 정의에 합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또 어업인도 생존을 위해 활동하고,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의 생존 활동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이 말만 들으면 언뜻 맞는 논리다.


어업인에 대한 지원, 혜택은 국민이 누린다
그러나 이 논리는 어업이라는 산업적 활동 자체를 어업인 개인의 생존 행위로 단순화하면서 생긴 두 가지의 중요한 오류에서 생긴 잘못된 논리와 의문이다. 
첫째, 수산정책의 수혜자가 누구인가를 잘못 알 고 있다. 수혜자는 어업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면세유로 적은 비용을 투입해서 잡은 어류는 그만큼 싼값에 국민에게 공급된다. 수산물은 원가 계산에 의한 가격 주도형 산업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매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가격순응자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비용이 내려간 만큼 어업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둘째, 좀 더 폭넓게 보자.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정책적 지원 덕택에 어업인은 어촌에서 어업을 영위한다. 이 세 가지 덕분에 국민들은 어촌, 어업인, 어업에서 파생되는 다원적 기능, 즉 공익적 기능을 추가적인 비용없이 누릴 수 있다. 사실은 정부도 수산업에서 파생되는 그 다원적 기능을 계속 유지해 국민들에게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쉽게 말하면 어업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업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외부효과인 공익적 기능을 얻기 위해서다. 수입수산물이 범람하게 되면 어업인이 어업과 어촌을 떠난다. 수산업이 붕괴되면 다원적 기능도 사라진다. 국민에게 혜택도 없어진다. 어촌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편익을 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어업과 어촌, 어업인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은 의외로 많다. 식량안보, 섬이라는 국토의 균형적 이용과 발전, 전통문화 유지, 도시민에 대한 쾌적한 심미적 기능 제공, 해양환경 지킴이, 해상안전 구조, 해양영토 방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다원적 기능은 어업이라는 1차 산업의 본원적 기능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이득이다. 국가적으로는 큰 혜택이지만, 실제 어업행위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어업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국민들도 뭔가는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수산물의 안정적 생산
먼저 수산업, 어촌의 본원적 기능을 살펴보면 첫째, 국민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본원적 기능이 있다. 국민에게 제공하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량의 약 31.1%를 수산물이 담당(2017년)한다. 국민 1인당 하루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은 56.6g으로 그중 17.6g이 어패류다. 둘째,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이 말에는 중요한 두 가지가 내포돼 있다. 안전과 안정이다. 먹거리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가격 등락이나 수급이 불안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자급률을 유지하면서 국내산으로 어업인이 공급해야 안전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값싼 수입수산물은 안전성을 확신하기 어렵고, 수산물의 자급률 하락시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국제무역이 활발한 이 시대에 무슨 식량안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세계적으로 난리인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무역 감소, 재해로 말미암은 수출국의 식량 확보 우선정책 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또 우리나라의 자급률이 떨어져 국제적 가격협상력이 감소하면 가격 위험이 오고, 수출국의 경제성장으로 수입가격 상승 시 식량안보는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다.
다음은 수산업·어촌을 유지하면서 공짜로 파생되는 다원적 기능을 살펴보자. 다원적 기능이 모두 공익적 기능이라 할 수는 없지만, 국가와 국민 전체에게 보일 듯, 말 듯 이익을 주는 것 모두가 공익적 기능이 될 수 있다.


국토의 균형적 이용 도모
어업인이 어업을 영위함으로써 가능한 낙도에서의 삶은 그 자체가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수산업의 유지가 불가능해질 경우, 생활기반이 사라져 어업인이 어촌을 떠나고, 많은 섬이 무인도로 전락해 국토가 버려질 수 있다. 국가는 국경 감시 등의 필요로,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해 낙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의 의무인 국토 관리라는 공공기능의 수행을 어업인이 공동으로 하는 결과이다.


자연 보존 및 연안수역 관리
갯벌·해조장·여과섭식성 동물 등은 수질 정화기능을 갖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오덤 교수팀의 연구조사 결과, 갯벌 1㎢가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하루 2.17톤의 오염물을 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역산하면, 우리나라 갯벌은 하루 5425톤의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조장은 영양염류의 흡수로 수질 정화에 기여하고, 여과섭식성 동물은 식물성 플랑크톤 등 현탁입자를 체내에 흡수하고 소화를 통해 여과, 즉 바이오 필터 기능을 해 물의 투명도를 높인다.
어항 및 해저 청소를 통해서는 연안수역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저인망의 어업활동은 해저 쓰레기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고, 어업인은 해변 청소를 통해 연안수역을 관리하고 있다. 해저에 침전된 쓰레기는 어업 이외에는 회수 방법이 없다. 어항은 어업인이나 어촌주민의 정주공간인 동시에 국민이 이용하는 공적 공간이다. 어항 청소는 어촌주민이 담당하고 있으며 수산업·어촌의 존재에 의해 환경 보전 기능이 향상된다. 또 어업인은 해양오염 발견, 통보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어촌·어항의 관광자원 기능
어촌·해양 관광의 보급과 확산에 기여한다. 생활수준의 향상, 주5일제 근무, 웰빙·힐링 니즈 증대 등에 따라 해양레저·어촌관광활동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미래 10대 관광 트렌드’ 중 해변, 크루즈 등 6개가 해양관광과 관련이 있다. 해양관광은 국내 전체 관광의 50% 수준이 됐다. 
어촌체험마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기준 총 111개소가 운영 중이다. 어촌체험마을의 프로그램 유형은 어업체험, 갯벌체험, 바다낚시, 해양레저스포츠, 어촌경관, 어촌문화체험 등으로 대부분 어업, 어촌, 관광과 관련돼 있다. 해수욕장 청소, 관리, 사고 대응, 바다의 이용 측면에서 어업이나 어촌 사람들의 관여와 편의 제공을 통해 도시민의 바다 이용 서비스도 향상되고 있다.


수산업의 공익적 가치, 30조 원에 이를 듯
이러한 수산업이 다원적, 공익적 기능을 수치적으로 평가해 일본은 2001년에 9조2000억 엔이라고 발표했다. 이의 계량적 추정방법을 원용해 2006년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보고서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의 가치를 29조~4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조건부 가치 추정법을 적용해 2019년 기준 해난구조 기능의 가치는 3188억 원, 국경해역 감시 기능의 가치는 3615억 원, 문화보존 및 교육기능의 가치는 2088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가적 차원의 어업인 수당 도입 절실
2018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수산업·어촌의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의 61.1%가 수산업 및 어촌에 대해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많은 국민이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때에 맞게, 국회도 수산직불제 관련법을 개정해 수산직불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소득안정형 공익직불제와 경영지원형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다. 이 법에서는 그동안 정의되지 않았던 수산업·어촌이 가지는 공익 기능의 개념을 ‘안전한 수산물 공급,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보전, 해양영토 수호, 어촌사회 유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익직불제의 종류도 소득안정형 공익직불제와 경영지원형 공익직불제 두 가지로 구성했다. 참으로 환영할 정책이다.
약간의 희망을 보태자면, 현재의 수산업과 어촌이 생산하는 공익에 대한 대가 차원의 순수한 공익직불제와는 거리가 있다. 제대로 된 공익직불제가 되려면 우선, 어업인으로 살아주는 것만도 고맙고, 공익 기능을 도맡아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대가로서 ‘어민수당’이 꼭 도입돼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농어민수당이 올해부터 도입되고 있는데,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의 수산정책 지원은 어업인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촌이 유지됨으로써 국민 모두가 누리게 될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고 확대돼야 한다. 국민 모두도 수산업 자체뿐 아니라 어촌과 어업인이 존재함으로써 파생되는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을 이해하고 수산업을 소중히 생각해야 할 때가 이미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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