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양식업 진출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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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양식업 진출과 과제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9.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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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수산회사인 동원산업이 양식업에 참여한다. 동원산업은 강원도 양양군의 11만5700㎡(약 3만5000평) 부지에 10년간 단계적으로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 양식단지를 연내 착공하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에는 강원도청에서 동원산업 대표와 강원도지사, 양양군수가 참석해 협약식도 가졌다.

대규모 자본의 양식산업 진입을 허용한 양식산업발전법(이하 양발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됨에 따라 나온 첫 사례다. 양발법 시행을 앞두고 양식 적지, 어종 선택, 양식 기술 등 양식 참여 조건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로 대기업의 참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일부 견해가 있었다.

대상으로 거론된 연어와 참다랑어 같은 고부가가치 어종은 양식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기업에 위험 부담이 크다. 또한 양식 적지는 물론 태풍이나 자연재해 등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할지라도 해당 지역 어업인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느냐가 참여 기피 요인으로 꼽혔다. 심지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양발법이 시행된 며칠 만에 대기업 참여가 현실화된 것은 전체 양식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원산업은 선망선 20척과 연승선 14척을 포함해 총 40척의 세계 최대 선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산 식품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회의체인 SeaBOS의 유일한 한국 회원사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조6826억 원인 글로벌 수산 전문회사다. 이러한 세계 굴지의 수산 전문기업의 양식업 참여는 국내 양식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동원산업은 육상 연어 양식단지를 조성해 연간 2만 톤의 연어를 생산하고 연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며 양양 등 동해안 지역에 건설 부문 생산 유발효과 2500억 원과 일자리 400여 개를 새로 만들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식단지는 필환경 ‘해수 순환’ 기술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공법이 함께 도입된 최첨단 시설로 건설한다.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수온과 영양양식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양식장 시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공법이 함께 도입된 최첨단 시설로 건설된다.

투자 규모는 물론 양식 환경, 시설, 사육 기술 등에 획기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국제 경쟁력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양식업계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양식업계와의 협력이나 상생 방안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상생이 아닌 공멸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 유입 자본의 활용 범위다. 양발법에 따라 대규모 자본 투입을 할 때 대상 품종은 지정된다. 하지만 종묘 생산과 양성, 가공, 판매 방법 및 대상 등 구체적인 활동 범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동원산업은 연어양식 참여를 밝히면서 10년간 단계적으로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 양식단지를 연내 착공하고 연간 2만 톤의 연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발법 이전에도 대기업의 양식 참여는 시도된 적이 있다. 동원산업은 1980년대 초 제주도에 대규모 광어양식장을 만들어 양식업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 투입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해 지금은 임대 등으로 손을 놓은 상태다. 두산그룹도 충남 태안에 국내 처음으로 대규모 새우양식에 참여한 바 있으며 진로그룹도 새우양식에 나섰으나 지금은 완전히 양식사업을 접은 상태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그만한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투자가 진행된 후 원하는 만큼의 수익성이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치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연어양식만으로 수익성이 없을 경우 타 품종 전환이나 종묘 생산, 가공사업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역시 대규모 자본이 원하는 것을 외면할 처지가 못 된다.

동원산업의 양식 대상종은 연어다. 전 세계 대서양 연어 산업의 규모는 이미 6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서양 연어는 세계시장 기준으로 연간 225만 톤이 생산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이 연간 30만 톤과 22만 톤을 수입하고 있어 시장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연어 전체 수입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동원산업이 직접 양식에 참여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국내 송어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연간 국내 전체 생산이 3500∼4500톤 내외인 송어양식업계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이 주로 양식하는 어종에는 피해가 없도록 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가 업계에 위해 요소로 작용한다면 법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타 품종으로의 전환, 사업 변경 등을 할 경우 반드시 동종업계나 지역민들의 동의나 협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소비 시장을 구분하고 새로운 품종이 필요한 경우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과 견제장치가 없을 경우 대규모 자본의 전횡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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