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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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9.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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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면-어업

3. 전통어법과 마을민속
김 양식이 번창할 때에는 보름 전날 밤에 김 양식이 잘되는 마을 갯벌에 몰래 들어가 개흙을 훔쳐다가 어두리 갯벌에 뿌렸다. 많이 훔친 곳은 인근 가래마을 갯벌이다. 다른 마을 청년들도 어두리 갯벌에 와서 개흙을 훔쳐갔다. 당시에는 서로 못 훔쳐가게 청년들이 지키는 ‘김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 잘사는 집 대문 안의 흙을 훔쳐다가 자기 집 부뚜막에 바르는 ‘복토훔치기’와 비슷한 의례다.
갯제를 지내면서 김 포자가 “남의 마을로 가지 말고 우리 마을로 가서 엉겨 붙어라”라고 빌기도 한다. 주민들은 김발에 잡태(파래, 매생이)가 붙지 않고 김 종자만 붙어 잘되기를 물 아래 용왕님에게 빈다. 팔월 추석은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의 계절이지만 김과 미역 등 해조류 양식을 하는 어업인들에게는 바다농사의 시작이다. 어두리처럼 김 양식이 발달하고 수산업 의존도가 높은 곳에서는 전통적으로 행해 오던 정월 갯제 외에 추가적인 형태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지주식 김 양식은 마을어장에서 이뤄지며, 공동으로 관리하고 작업하며 분배하기 때문에 공동체의식이 높았다.
갯제의 형태는 당제와의 결합형과 독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제와 결합한 경우에는 상당제, 하당제, 갯제(거리제) 삼원구조이거나 당제와 갯제로 이원화되기도 한다. 당제가 엄격한 제관 중심의 의례라면 갯제는 남녀노소 참여하는 축제형인 경우가 많다. 갯제는 불러온 신을 보내거나 잡귀귀신과 액을 물리치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연안의 갯제는 양식어업의 풍흉 및 쇠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반면에 먼 바다의 갯제는 고기잡이, 특히 안강망어업의 쇠퇴와 관련이 깊다. 특히 어두리와 같은 섬에 위치한 득암리의 갯제는 매우 독특하다. 매년 정월 열 나흗날 저녁 7시쯤에 마을 청년 20여 명이 마을 선창에서 갯제를 지냈다. 지금도 마을 부녀자들이 갯제를 주관한다. 깨끗한 가정에서 제물을 걷고 장만해 마을청년회관, 마을중앙, 선착장에서 제를 지냈다. 절차를 보면 짚 위에 진설을 하고 술을 올리고 재배하는 간단한 순서다. 제를 주관한 사람이 바닷가에서 ‘물 아래 김서방’하고 부르면 다른 사람들이 ‘어이’하고 대답한다. 이어 제물을 바다에 던져 헌식을 하고 풍물을 치면서 ‘거렁지 띄우기’를 한다. 거렁지는 짚으로 만든 일종의 배로, 거렁지 안에는 작은 그릇에 불을 밝히고 약간의 제물을 담았다. 주민들은 거렁지를 띄워 보내면서 해난사고 방지와 김, 미역, 톳 등 해조류의 풍작을 기원한다.
김 관련 속담에 “진질이 무성한 해는 해태가 잘 된다”는 속담은 영양염류가 풍부한 곳에서 잘 자라는 진질이의 성장성황을 통해서 김 양식의 성패를 점치는 말이다. “해태 발 배면 김 흉작 든다”는 속담은 김 양식은 김발의 간격이 5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해수 유통이 잘돼 작황이 좋고, 밀식을 하면 갯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김발에 파래 일면 김 농사는 하나마나”는 김발에 파래가 발생하면 김 엽체의 성장을 방해하므로 김의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 든다는 말이다. “김발 채묘는 대조시에 서둘러라”는 김 포자가 해수 유동과 염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점에 방출이 촉진되기 때문에 대조시, 즉 여덟 물(음력 3일과 18일)에서 열 물(음력 5일과 10일)까지의 새벽이 채묘의 최적기라는 말이다. “김 터졌는데 김 잘 되랴”는 온도의 변화가 심하면 해수면에 김(안개)이 낀다는 말, 곧 김은 적정한 온도가 지속돼야 잘 성장하는데, 온도 변화가 심하면 김이 생리적으로 약해지고 병원균이 왕성하게 활동해 갯병의 피해가 심해진다는 말이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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