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행정 처분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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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행정 처분이 능사는 아니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8.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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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최근 법률안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개정하면서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7일 불법 공조조업과 조업구역 위반을 할 경우 최대 어업 면허 취소가 가능하도록 ‘수산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 처분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지난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양식산업발전법 및 어선안전조업법과 관련해서도 불법 양식수산물 유통과 판매 행위에 대해 양식면허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행정 처분 기준을 정비했다.

수산자원의 보호와 증식을 위해 대게, 꽃게등의 암컷을 포획하는 경우 3차 위반 시 어업허가를 취소토록 했다. 또한 기상 특보 발령 시 출항 어선이 제한조치를 위반하면 최대 60일의 어업 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불법 공조조업과 조업구역 위반은 철저하게 단속되고 근절돼야 한다. 동해안 오징어 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트롤 어선과 채낚기 어선들의 공조조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해안의 공조조업은 오징어업계에서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 단속이 어렵고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제보가 없는 한 단속이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형트롤업계의 숙원사업은 128도 이동조업 금지 해제다. 동경 128도 동쪽의 공해상 어장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어족 자원이 풍부한 어장이다. 동경 128도 이동 조업 금지조치는 1965년 한일 어업협정에 근거해 1976년 수산청 훈령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규정돼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기존에 조업 중인 동해안 어업인들의 반발은 물론 동경 128도를 기점으로 한 업종 간 조업구역 다툼이 십수 년간 끝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중재안이 마련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상호 불법어업 신고로 이어지는 등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양식업 면허 허가 관련 12개 위반행위도 실효성이 낮은 게 사실이었다. 특히 양식장 어장관리선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행정 처분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3차 위반 시 최대 어업 정지 60일이었던 것을 면허 또는 허가가 취소되도록 처분을 강화했다.

하지만 불법 및 위반행위에 대해 어업 허가나 양식 면허 및 허가를 취소하는 극단적인 처분이 어업질서 확립과 어선 및 어선원 안전관리의 유일한 방안일까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어업 허가와 양식 면허 및 허가는 해당 어업인들의 생존권과도 같다. 허가장과 면허가 없다면 평생을 살아온 바다에서 쫓겨나야 한다. 당하는 입장이라면 절대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 저항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형 선고가 아니다. 사형을 집행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불법 공조조업과 조업구역 위반 등은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공공의 적이 된 중대위반이라고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기상 특보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출항 제한조치를 지키지 못한 선장에게 해기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한다면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어업인들은 규정 위반 시 행정 처분을 강화하기 전 합법적인 어업 행위가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행정력을 발휘하고 조정하며, 나아가 실효성 있는 단속과 지도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동해안 오징어가 안 잡히는 데 대해서도 어업인들은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국의 어선은 오징어 등을 자유롭게 잡고 있는 반면 현행 법에 막혀 어업활동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업계도 있다.

동해안 어업인들은 매년 1500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 입어하지 못하게 한다면 오징어 자원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해양수산부의 역할 부족과 태만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선위치추적 발신기 작동을 의무화하고 미작동 시에는 출항 자체를 금지한다면 공조조업과 조업구역 위반은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어구 과다사용 행위는 어구실명제를 도입한다면 규정된 어구 사용은 물론 폐어구 수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행정 행위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조업 현장에서의 불법 및 위반행위를 줄일 수 있으며 어업인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 또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분을 강화하는 것은 어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음성적인 활동을 조장할 수도 있다. 법적 다툼도 증가할 수 있다. 경북 동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극단적인 행정 행위에 대한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관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은 현장의 생산활동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시행돼야 한다. 지역별, 어업별, 어선별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고 지속적인 어업활동이 가능한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 극단적인 처분은 반발과 극한 대립만 초래할 뿐이다. 행정 처분 강화보다는 규정된 법규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 수요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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