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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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8.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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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문화적인 가치
채묘 후에는 양식기에 접어든다. 양식기에는 노출과 시비, 그리고 채취로 이어진다. 특히 양질의 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온, 노출, 채취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노출 관리는 온도와 기후에 노출 정도와 노출 시간이 변하는데, 채묘 후 3~4일 후 포자 부착이 확인된 후부터 실시해야 하며 처음에는 하루 30분~1시간, 11~12월에는 하루 4시간씩 늘린다. 초사리(첫 생산)는 11월부터 시작되는데 그 후 2~4주 간격으로 채취한다. 채취는 동력선에 채취기를 부착해 채취한다. 이를 ‘김을 친다’라고 말한다.
채취된 김은 물김이라고 한다. 물김은 채취자가 가공업자에게 판매하는 물김과 채취자가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가공 판매의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거친다. 1980년대 초반 이전에는 채취와 건조를 자가에서 처리했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가공공장이 생겨나면서 가공공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공장에서, 그 밖의 주민은 가공공장에 위탁해서 건조·가공한다. 최근에 물김 시장이 확장되면서 김 채취자는 채취만을 담당하고 가공공장을 가진 주민은 가공만을 담당하는 분업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생산자들이 김을 판매할 때 1980년대에는 가공 판매가 대부분이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물김 판매의 비중이 늘어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김 양식 가구가 물김 판매를 하고 있다. 이리하여 김 시장은 물김 시장과 가공된 완제품 김 시장 두 가지가 됐다. 물김으로 판매하는 경우에는 수협 수매와 가공공장의 직접 수매가 있다.

3. 전통 어법과 마을 민속
1980년대까지 김 양식은 마을에서 엄격한 관리와 분배를 통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공동체적 규제가 강했다. 일부 지역에선 추석을 전후해 김이 잘 붙기를 용왕님께 기원하는 갯제를 지냈으며, 어촌 마을의 정월 대보름 당제에서도 갯제를 통해 김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전남 완도군 어두리에서는 정월과 팔월 두 차례 갯제를 지냈다. 갯제 대부분이 섣달 그믐날이나 정월 대보름날 지내는데 어두리갯제는 팔월 보름날에 개최하는 점이 특징이다. 주민들은 팔월에 하는 갯제를 특별히 ‘보름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김 양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1990년대까지는 어두리의 주요 소득원은 김 양식이었다. 김 양식의 성패는 김 포자가 잘 붙느냐, 잘 붙지 않느냐에 의해 결정됐다. 인공으로 포자를 붙이는 방식이 개발되기 전까지 어두리 갯벌에서 포자를 직접 붙였다. 어두리 갯벌은 포자가 잘 붙고 품질도 좋아 완도는 물론 일본에서도 김발 포자를 받아갈 정도였다. 이처럼 자연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갯벌과 바다를 모시는 의례가 발달했다. 예전에 어두리에서는 마을 앞 선창, 선두포, 진짝지 등 세 곳에서 갯제를 지냈다. 선창에서는 크게 지냈으며, 나머지 두 곳은 배를 타고 나가 돼지머리를 바다에 헌식하고 비손을 했다. 
이들 세 지역에서 갯제를 지낸 것은 김 양식장의 운영 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완도의 김 양식장을 매년 추첨을 통해 결정했다. 김 양식 행사권이 있는 가구들은 어장의 위치를 주비(제비)를 뽑아 선택한다. 어두리는 마을을 둘러싸고 동쪽, 서쪽, 남쪽의 갯벌이 마을어장이다. 추첨에 따라 어느 쪽이나 양식지가 될 수 있다. 김 양식이 잘 안 되면 갯제를 제대로 못 지냈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갯벌에서 정성스럽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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