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빈산소·고수온에 깊어지는 어업인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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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빈산소·고수온에 깊어지는 어업인들의 한숨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8.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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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사상 최장의 장마가 이어져도 견딜 만했다. 올해 첫 태풍 장미가 힘없이 소멸될 때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시작된 8월의 바다는 연이어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8월 초 시작된 동해안의 냉수대는 10여 일간 지속되면서 어업 생산과 멍게 등의 양식에 영향을 끼쳤다. 수온이 올라가기 시작한 중순부터는 경북지역에 독성 해파리가 출현하기 시작해 경북과 강원지역으로 확대됐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지난 6월 16일 전남, 경남, 제주해역에 출현해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8월 초에는 울산, 경북해역으로 급속하게 확산돼 강원도 해역까지 주의 단계 특보가 확대 발령됐다. 작은상자해파리, 관해파리류, 커튼원양해파리 등 이름도 생소한 해파리까지 등장하고 미기록종도 2종이나 확인됐다. 대형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등장하면서 정치망과 자망 등에는 해파리만 가득 찼다. 냉수대가 소멸한 이후 표층 수온이 급상승해 어류 등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대형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출현하면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대량으로 출현하면 정치망이나 자망 등 그물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어획물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어구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남 진해만의 창원, 거제와 통영, 고성지역에서도 양식 중인 홍합과 우렁쉥이, 굴, 가리비 대량 폐사가 발생했다. 수산과학원이 원인 규명에 나섰으나 어업인들은 냉수대와 빈산소 수괴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마가 끝난 이후 수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고수온에 의한 양식 생물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경남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는 총 257건, 397.43㏊로 피해액은 38억4793만 원이다. 최근 발생한 창원지역 홍합 폐사에 대한 조사 및 신고 접수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해안과 남해안의 이상 현상 발생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실시간 수온관측 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어업인들의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극심한 바다 이상 현상과 이에 따른 양식 생물의 대량 폐사는 예년과 분명 다르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일상적인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의 경고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가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규정된 틀 안에서 보상을 하면 된다는 의식도 변해야 한다.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줄이고 어업인들이 바다를 터전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하는 바다 환경에 맞는 규정과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해파리에 대한 대책은 현재는 출현 소식과 함께 주의 및 특보 발령이나 해수욕객을 위한 쏘임 방지 등의 안내가 고작이다. 출현 현황 및 밀집도, 해역 특성을 고려한 수산 피해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파리의 천적 생물자원을 확대하거나 해파리를 이용한 식품 생산기술 개발 등도 필요하다.

해파리는 중국요리에 많이 이용된다. 이미 중국에서는 가공기술이 개발돼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해파리 양식도 진행 중이다. 해파리 원료 수출을 중국 업체가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대량으로 수집하기가 쉽지 않고, 약품 처리를 위한 가공시설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계절적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대량 발생하는 해파리이지만 수산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냉수대나 빈산소 수괴에 따른 수산물 피해 예방도 예방적 차원의 특보나 주의보 발령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별, 해역별 수온 변화와 특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해 이에 맞는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와 예년보다 이른 태풍, 단기간에 급속하게 상승한 고수온 등 올해 바다 상황은 예년과 분명 다르다. 올해 일시적으로 피해를 안겨줄지, 연례적인 일이 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바다 환경 변화에 따른 수산 피해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원 감소와 중국 어선들의 불법어업, 4년여간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한일 어업협정 등 수산업 주변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 바다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까지 덮쳐 지속적인 어업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마저 제기될 지경이다.

어업인들은 자원의 보고인 갯벌을 없앤 하굿둑 공사, 어업인들의 조업지역에 들어서고 있는 해상풍력, 수산물 산란지에서의 모래 채취가 우리의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허용어획량(TAC)을 기반으로 한 자원관리를 불신하고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자원 남획과 감소를 부채질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해파리가 그물이 찢어질 만큼 가득 들어차는 것이 단순히 바다의 환경 변화 탓으로 내버려둔다면 더 이상 어업을 영위할 수 없다. 애써 키운 홍합과 굴, 가리비가 대량 폐사한 원인이 빈산소 수괴라면 예측 모델이라도 내놔야 한다. 빈껍데기만 들고 한숨 짓는 굴 양식 어업인들이 생업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하려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놔야 한다. 바다를 떠나려는 어업인들을 붙잡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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