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위반어업 처벌 강화, 실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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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위반어업 처벌 강화, 실행이 관건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8.18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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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불법 공조조업과 128도 이동조업, 조업구역 위반 등 중대위반어업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어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그치지 않고 허가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처분을 강화했다.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수산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칙’은 어느 때보다 강화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어업별, 지역별 분쟁은 물론 수산자원 보호에 가장 큰 걸림돌로 치부됐던 사안들이 총망라돼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조조업을 할 경우 2차례 위반하면 어업허가가 취소된다. 대형트롤의 128도 이동조업에 대해서도 3차례 위반할 경우 어업허가 취소다.

어구 과다 사용에 대해서도 강화된 규정이 적용된다. 연근해 수산자원 보호와 유령어업 방지를 위해 어업정지 일수를 최대 90일로 늘렸다. 특히 법정 어구 사용량 기준을 2배, 3배 초과했을 때는 각각 30일과 60일의 가산 처분도 받게 된다.

동해안의 만성적인 불법어업인 암컷 꽃게를 포획할 경우 어업정지 60일에서 최대 어업허가 취소까지 가능해진다. 불법어업을 하는 선장에 대해서도 어선의 규모 및 허가정수를 위반했을 경우 해기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해양수산부는 입법예고 및 권역별 현장 설명회 등을 통해 관할 지자체, 수협, 연근해 어업인단체 및 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 규칙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어업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연안 어업인들이 미래 수산자원의 지속적인 관리 및 이용을 위해 중대위반 불법행위의 근절을 요구해 규칙을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한 규정 제정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도출해낼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강화 또는 신설된 규정들은 대부분 그동안 현장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다. 동해안의 채낚기어선과 트롤어선들의 공조조업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근절되기는커녕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대형트롤의 128도 이동조업 허용은 대형트롤업계의 숙원사업이지만 불법인 상태에서 어획 활동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이뤄지는 공조조업과 128도 이동조업 단속은 현장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속 실적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내부 고발이 없는 경우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게 단속 기관들의 주장이다.

법정 어구 사용량 준수는 적발이 더욱 어렵다. 법정 어구 사용량을 준수하는 어선을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업종 간, 같은 업종 내에서도 분쟁과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총허용어획량(TAC)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충남 근해안강망업계는 규정 어구 통수를 준수하고 있으나 시범사업 미참여 어선이나 타 업종의 과다 어구 사용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 있다.

중대위반어업이라고 일컬어지던 어업들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는 불법어업 가능성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정된 처벌 규정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어업 행위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벌칙만 강화해서는 수산자원 보호는 물론 불법어업도 근절할 수 없다. 현장에서의 단속이 강화되지 않으면 법과 규정은 유명무실해 진다.

우선 규정된 법과 제도의 현장 적용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어선위치추적장치는 각 어선마다 최소 2개 이상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장이나 작동 불능, 시스템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어선위치추적장치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불법어업 단속이 충분히 가능하다. 아프리카 서부 해역은 물론 남미, 태평양 등 전 세계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들을 부산 동해어업관리단 내 조업감시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추적·감시하고 있다.

한데 국내 어선들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처벌 강화보다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연근해 어선을 총망라한 감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공조조업, 128도 이동조업, 조업구역 위반 등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법정 어구 사용량 준수는 어구실명제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는 유령어업을 줄이는 데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어선별, 어업별 최초 법정 어구 사용량을 신고하고 유실 또는 분실할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고 보충하도록 하면 규정된 어구만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를 기반으로 법정 어구 사용을 권장하고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업인들도 수산자원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불법어업이 근절되도록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 어업인들의 의식 변화와 참여가 법과 제도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대위반어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규칙을 만들면서 해양수산부가 지자체, 수협 등 현장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철저한 현장 단속과 함께 미비된 규정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어업인을 옥죄는 규제 강화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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