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상태바
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6.15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동해 미역바위 고사
동해 해역에 속하는 경북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에서는 정월 보름이면 미역바위에 제물을 차려놓고 미역 고사를 지냈다. 미역바위를 ‘짬’이라 했는데, 먹을 것이 귀한 3월부터 5월 사이 보릿고개를 미역 죽을 끓여먹으며 넘겼다. 구산마을 앞 미역바위는 선방, 정정암, 치암, 개삼암, 큰대암, 북바우, 고래암 등 7개 바위로 나누어져 있다. 울진군 기성면 기성리 미역짬은 아홉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몇 가구가 하나의 집단(조)을 이뤄 미역짬에 배치된다. 한 해 동안 잡초를 제거하는 등 미역밭을 관리하고 채취한 미역을 공동으로 분배한다. 각 짬은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매년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미역바위 고사 때는 짬의 대표가 조밥을 지어 미역바위 앞 해변에 뿌리면서 미역이 바위에 잘 붙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때 제수로 엿을 쓰는데 미역이 바위에 잘 붙으라는 의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월 보름에 한 뼘 정도 자란 미역 중에서 제관(祭官)이 정해진 곳 미역을 베어 국을 끓여 제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별신제를 지낼 때에도 무당은 미역 채취가 잘되게 빌었는데, 미역밭(짬)을 팔아서 별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5) 서해해역 조개부리기제
정월 대보름에 좋은 갯벌이 있는 마을에선 으레 풍어제가 열린다. 고기잡이가 활발한 곳에서 풍어제는 주로 선주를 중심으로 남성들이 지냈다.
충남 오천면 원산도처럼 여성이 돼지머리, 명태, 떡 등을 준비해 바지락 양식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도 과거에는 남성들이 풍어제를 지냈지만 고기잡이보다는 갯벌에 기대어 바지락 양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이 마을의례를 지내게 됐다. 그 덕분에 마을 공동기금도 마련하고, 부녀회의 발언권도 막강해졌다.

6) 남해해역 갯제
갯제는 정월 당제가 끝난 후 저녁이나 아침에 부녀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내는 마을의례였다.
서남해역에서는 둑제, 풍어제, 어장제, 서낭제, 날제, 수산제, 해신제, 용신제, 용왕제, 용굿이라 부르기도 한다. 집집마다 제물을 차려 제상을 선창가에 차려놓기도 하고 마을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갯제를 위해 준비하는 제물로는 보리범벅, 메밀묵, 삼실과 명태, 나물 등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역에 따라 미역, 톳과 같은 수산물을 준비하거나 돼지머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갯제로는 벌교의 대포리 갯제, 흑산도 진리 갯제, 해남 북평 묵동 도제 등이 있고 대부분 정월에 행해진다. 완도 약산면 어두리의 갯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정월과 팔월 두 차례 지내며 많이 간소화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수산의례라 할 수 있다.
완도의 김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던 시기에 어두리 갯제는 대단했다. 1970년대 이전 마을 처녀들이 갯제를 준비했고, 1980년대에는 부녀자들이 주관했다. 가구별로 한 줌씩 쌀과 약간의 돈을 거두에 제물을 준비했는데, 요즘은 어두리 5개 반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준비하고, 마을을 대표하는 세 사람(이장, 어촌계장, 새마을지도자)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