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업 구조 개편, 직불제로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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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해어업 구조 개편, 직불제로 가능한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6.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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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얽히고 설킨 연근해어업의 구조 개편을 위해 직불제 카드를 빼들었다.

최근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 이하를 연이어 기록함에 따라 연근해어업에 대한 체제 개편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조업구역을 비롯해 어구·어법, 금어기와 금지체장은 물론 불법어업 등으로 지역 간, 업종 간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속적인 자원 감소와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어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오히려 이러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수산혁신 2030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총허용어획량(TAC)을 기반으로 한 어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행 어업관리체계의 한계만 드러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현행 연근해어업 관리와 지원 체계가 안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토대로 전면적인 정책 전환 방향을 내놨다. 지난해 2월 마련된 ‘수산혁신 2030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시킬 수 있는 ‘신(新)수산업 체제 구축방안’에 연근해어업 관리와 지원체계 개편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연근해어업 관리·지원체계 개편의 핵심은, 연안어업은 자율성을 확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반면 근해어업은 공공성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을 추진하면서 직불제를 통해 경영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연근해어업의 갈등은 연안과 근해 조업구역이 혼재한 채 관리돼 전국 연안어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됐다. 최근 자원량이 감소하고 중국 어선 등의 불법어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역 간, 업종 간 갈등이 지속되고 정부 정책 또한 겉돈 게 사실이다.

어획 강도가 높은 근해어업에 대한 연안어업인들의 피해의식은 물론 지역 간 어업 분쟁도 여전히 상존해 있다. 정부의 연근해어업 관리·지원체계도 생산 현황과의 연계가 부족하고 경영 상태와 무관하게 예산 배분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져왔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연안과 근해어업의 분리 정책은 그동안의 정책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어획 강도가 낮고 경영 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안어업에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과하는 대신 어획 강도가 높고 경영 규모가 큰 근해어업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연안어업 관리체계는 연안 자원관리계획에 지역할당제(Regional Quota)를 설정해 지자체에 부여된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핵심적인 조업구역을 제외한 일정 수역은 시·도지사에게 조업구역 획정 권한을 부여하도록 개편한다. 지자체에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자원관리 결과가 미흡할 경우 감척을 시행하거나 자율권을 회수하도록 책임성도 부여한다.

근해어업은 TAC, 감척, 규제 개선, 공익형직불제의 네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합해 추진된다. 기존 조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감척 및 조업 효율을 향상시키고 과도한 어획노력량 증가를 방지하는 대신 공익 의무에 따른 손실분을 수산자원 보호 직불제를 통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자원 회복을 위해서는 근해어선의 TAC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경영 악화와 인센티브 부족, TAC 확대 등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어획 강도를 줄이거나 자율적인 휴어·금어기를 설정한 경우 보상해 어업관리 정책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내로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지자체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마련된 연근해어업 관리·지원방안은 그동안 획일적으로 적용·추진돼온 규제나 지원정책과는 차별성이 크다.

하지만 수산업의 공익적 가치 확립과 어업인의 경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갈등과 분쟁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실타래처럼 얽힌 전체 연근해업종을 동시에 참여시키고 일치된 합의를 도출할 수도 없다. 수십년간 쌓여온 문제가 일시에 해소된다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공익형 직불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할당제 설정 문제는 지역 이기주의나 선심성 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연안관리계획에 의거한 지역할당제 설정은 연안어업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다. 지자체의 사업 수행 능력에 따라 어업관리체제 개편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우선 참여를 원하거나 어업인 단체 간에 합의된 부분부터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업종별, 지역별 경영 분석을 완료한 상태이며 참여 업종에 대한 의견 수렴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어업 현장의 문제와 종사자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고 발굴해야 한다.

수산 분야의 지원체계는 어업인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별로 분산돼 효과는 물론 추진 동력으로서의 역할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어렵게 도입된 직불제에 대한 기대가 높다. 기대치를 현실화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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