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 수산부류 유통실태 조사 결과 ‘파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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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 수산부류 유통실태 조사 결과 ‘파장’ 예고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0.06.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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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법인보다 중도매인 수탁 비중 높다는 결과 내놔
법인 “잘못된 관행 고쳐 농안법대로 거래하자” 주장
중도매인 “상장예외품목 전 품목으로 확대하자” 요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가락시장 수산부류 유통실태 조사 결과 일부를 최근 공개했다. 조사 결과의 골자는 도매시장법인보다 중도매인들이 실질적으로 수탁하는 비중이 높아 거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공사 “기형적 유통구조 바로잡자”
서울시공사 조사에 따르면 수산물 유통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과 다르게 도매시장법인이 아닌 중도매인이 실질적으로 수탁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농안법상 중앙도매시장에서 상장은 도매시장법인만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아 도매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수산물을 경매 또는 정가수의매매 방법으로 중도매인에게 판매하고 출하자로부터 위탁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분산을 담당하는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위탁받은 물량을 형식경매나 기록상장 등으로 처리해주고 위탁수수료를 징수했다는 것이 서울시공사의 조사 내용이다.

자료에 따르면 출하자가 주로 중도매인에게 위탁하는 부류는 대중선어와 일부 건어류(건멸치, 김), 냉동수산물이었다. 패류와 일부 활어는 출하자가 도매시장법인에 직접 출하하는 물량으로 확인됐으나, 이마저도 실상은 주재하주를 통한 거래였다. 주재하주는 산지출하자에게 수산물을 위탁받아 경락가의 2~3%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고 분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이 같은 유통구조가 발생한 주 요인으로 국내산 수산물은 산지위판장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고, 수입산 수산물은 통관 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출하자가 가격변동성이 높은 도매시장법인과의 거래를 꺼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하고서라도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중도매인이나 주재하주에게 출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공사는 “도매시장법인이 농안법으로 인정된 독점적 수탁 권한 아래 안정적인 위탁수수료 징수 권한이 보장됨으로써 이러한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강화돼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산 소위원회와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해 거래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출하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경제효과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수산시장의 거래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온도 차
우선 도매시장법인은 서울시공사의 조사 결과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에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안법 제31조(수탁판매의 원칙)에 따라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수산물 외에는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출하자로부터 수탁을 받았다면 해당 중도매인을 농안법 제82조(허가 취소 등)와 동법 시행규칙 제56조(위반행위별 처분기준)에 의거해 행정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중도매인이 직접 산지에서 위탁받거나 매수하는 행위는 1985년 가락시장 개설 당시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왔고, 서울시공사도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이제껏 방치한 것은 농안법에 규정된 도매시장 개설자의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도매시장법인 측은 서울시공사가 거래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꾸린 수산 소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산 소위원회는 서울시공사 2명, 서울시 1명, 도매시장법인 3명, 중도매인 8명, 전문가 3명 등 총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도매인 위원 수에 비해 도매시장법인 위원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서울시공사에 중도매인 위원 수를 도매시장법인과 같은 인원으로 해줄 것과 전문가 위원도 유통인들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정한 수산 소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도매시장법인 3사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서울시공사는 지난달 21일 법인을 빼고 회의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도매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수산시장 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산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일부 중도매인 위원들은 유통실태 조사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만큼 수산부류 전 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영현 수산중도매인조합연합회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당연직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도매시장법인이 수집하지 못하는 것을 굳이 농안법이라는 틀에 끼워 상인을 범법자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러한 불합리한 것을 고쳐달라는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요청했고 이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수산 소위원회 회의에 도매시장법인 대표 3명이 모두 불참했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쉬웠다”며 “부당하거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지정 앞두고 속내 복잡한 법인
최근 서울시공사는 도매시장법인에 ‘도매시장법인 지정 조건’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보냈다. 농안법상 도매시장법인은 기록상장이나 형식경매를 해서는 안 되나 유통실태 조사 결과 이러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것이다. 이에 도매시장법인들은 사실확인서 내용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서울시공사 측에 보낸 상태다.

하지만 도매시장법인의 속내는 복잡하다. 가락시장 수산부류 도매시장법인 지정 기간이 오는 2021년 12월 31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도매시장법인 지정 조건에 따르면 법인이 기록상장, 형식경매 등을 통해 거래질서를 위반하거나 수산물 물류 개선, 출하자 지원 등을 하지 않으면 농안법에 따라 업무정지 또는 지정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락 수산시장 관계자는 “거래제도 개선이든, 법인 재지정이든 도매시장법인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앞으로 치열한 공방과 지루한 법정싸움이 예상된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거래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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