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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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6.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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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매기 축제


개매기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 갯벌에 그물을 쳐놓은 후 밀물 때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 떼를 썰물 때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서·남해안 연안과 섬 어업인들은 돌이나 발로 물길을 막아 물고기를 잡았다. 이와 같이 그물 따위의 어구를 일정한 수면에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것을 정치어업이라 하는데 서·남해안에서는 ‘살’, 남해안에서는 ‘발’이라고 불렀다. 물길을 막는 재료로는 대나무와 싸리나무를 썼고, 그것들을 엮는 데는  면사나 나일론 그물을 이용했다.
비슷한 고기잡이로는 남해의 죽방렴, 서·남해의 건강망, 서해의 독살 등이 있다. 개매기의 어원은 ‘개’는 밀물과 썰물 사이에 드러나는 공간으로 조간대를 말하며, ‘매기’는 막다는 의미로 조간대 물길을 기둥을 세우고 그물을 쳐서 막는다는 뜻이다. 즉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갯벌의 물길을 막아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세종실록지리지>는 발과 살을 ‘어량’이라 했다. 연안에 고기가 많았던 시절에는 어살을 이용해 조기도 잡았다.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에 가시나무를 꽂아 조기를 잡았던 것이 어살의 유례라고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
독살은 물론 죽방렴을 관리하자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독살은 조수간만의 차이는 물론 적절한 지형을 찾아 설치해야 한다. 독살을 쌓을만한 장소도 많지 않지만 파도와 태풍 등으로 무너진 독살을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독살 관리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집안이라야 운영이 가능하다. 갯가에서 물고기 찾기가 가문에 콩 나듯 귀한 요즘 독살에는 가끔 멸치가 들기도 하지만 신기한 볼거리 구실도 하고 있다.
반면 개매기는 전남도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어법이다. 더구나 해양 관련 축제나 어촌 체험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전남의 개매기 마을로는 월항리(완도 소안면), 청룡리(진도 진도읍), 신리(장흥 대덕읍) 등이 알려져 있다. 이들 마을은 봄부터 가을까지 3~7차례 개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매기처럼 깊지 않은 곳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구로 ‘가래’가 있다. 가래는 왕대나무를 쪼개 원통형으로 엮어 만들거나 싸리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꼭대기에는 어른 팔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아가리가 나 있다. 바닥은 지름이 어른 한 발 정도며, 높이는 70~80cm에 이른다.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어구로 웅덩이에 머리를 박고 있는 물고기를 잡거나 돌 속에 숨어 있는 물고기를 잡을 때 요긴하다. 가래는 개매기 축제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월항리에서는 체험 신청을 하면 가래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개매기 체험에는 쪽대나 투망보다는 가래가 제격이다. 
오래된 전통어구일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고기를 가려가며 잡을 수 있다. 깊은 바다로 나가려던 숭어가 그물에 막혀 갯가로 달아난다. 사람들이 그물 주변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뜰채나 쪽대를 가지고 뛰어다니지만 이때 가장 요긴한 어구가 가래다.

5. 전통어법과 토착지식
1) 바다의 시간과 물때와 토착지식

바다의 시간은 육지와 다르다. 갯사람들의 삶 또한 다르다. 육지의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그들만의 시간이 있다. 육지 것들이 정한 고정된 시간을 바다는 거부한다. 갯사람들은 이를 물때라고 한다. 해와 달이 결정하는 자연의 시간은 그대로 생태시간이다. 그래서 갯사람들은 바다와 더불어 살기도 하지만 바다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바다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갯사람들은 노래를 하고 춤을 췄다. 갯사람들의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는 전통지식은 그대로 남도문화의 원형이며 살아 꿈틀거리는 날것 자체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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