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가정간편식(HMR) 현황과 정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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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가정간편식(HMR) 현황과 정책과제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5.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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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반짝 유행 아닌 ‘유통 공룡’으로 성장할 것

제품 개발과 상품화는 민간 식품업계가 주도하고
정부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 제도 정비 주력해야
유통채널 다변화에 따른 맞춤형 전략 마련 필수
어업인과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필요

 

이헌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이헌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최근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가 식품시장의 판도와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식사에 소요되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중요한 고려요인이 됐으며 식품의 구매, 조리와 섭취, 뒤처리 단계에서의 편리함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식품업계는 다양한 종류의 가정간편식(HMR)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HM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즉석섭취식품, 즉석편의식품, 신선편의식품을 포함한 HMR 시장규모는 2008년 7200억 원에서 2018년 3조7000억 원 수준으로 5배 이상 커졌으며, 연평균 18%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HMR 부정적 이미지 벗어나 프리미엄화
지금까지의 HMR 시장은 흰밥과 볶음밥, 죽, 만두, 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시장을 주도해왔다. 물론 수산물을 원료로 한 HMR 제품도 있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못했고, 주 고객군인 가정주부나 젊은 층에서 수산물보다는 육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식품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PB 상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수산물 HMR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급성장하는 수산물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주목되는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제품 유형이 다양화·고급화되고 있다. 과거의 수산물 HMR는 밀키트 형태의 탕·전골류, 동결건조 미역국이나 북어국이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즉석국, 볶음밥, 회·무침, 찌개·탕, 조림·찜, 구이에 이르기까지 수산물을 이용해 요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산식품이 HMR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질 좋은 식재료 사용, 차별화된 제조공법, 유명 방송인과 셰프를 모델로 하거나 전국 맛집·레스토랑 메뉴를 제품화한 RMR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HMR는 인스턴트식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HMR 카테고리가 다양해지면서 목표 고객별로 차별화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생선구이 반 마리와 같은 1인 가구 맞춤형 소용량 HMR, 혼밥·혼술족을 위한 수산물 도시락과 안주류, 어린이용 HMR, 그리고 수산물·육류의 음식 강도를 크게 낮춰 씹고 삼키기 편하게 제조한 실버 맞춤형 HMR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수산물 HMR 시장에서 맛, 가격, 영양 등 제품의 고유한 특징과 더불어 ‘포장’이 기능과 디자인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HMR 제조공정에서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전달하고, 간편식 포장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과거의 포장이 단순히 저장, 운반, 보존 등 식품의 기능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디자인, 외관 등의 심미적 요인과 소재의 기술 차별화가 특히 중요해졌다. 원물 형태를 유지하면서 산소를 90% 이상 제거해 신선도를 높인 스킨포장, 수분 증발 없이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찜팩포장, 가열 시 수분이 증기로 바뀌며 가장 맛있는 상태에 도달했을 때 쿠킹밸브에서 소리가 나는 휘슬링쿡 포장 등이 HMR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수산물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HMR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개학 연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고, 비접촉 소비가 확대되면서 수산물 가정간편식의 온라인 구매도 급증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월 식품업계의 수산물 가정간편식 매출은 크게 증가했으며, 일부 HMR 제조공장들은 24시간 풀가동하고서도 수요를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식품유통업계는 수산물 가정간편식이 반짝 유행으로 끝날 아이템이 아니라 확실한 수산물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HMR 수산식품산업 활성화, 수산업과 연계한 동반 성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산물 가정간편식의 개발·상품화는 민간 식품업계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는 HMR 수산식품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 수산업 동반성장 기반 마련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는 HMR 원료 수산물의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가공원료의 안정적 공급은 HMR 수산식품산업의 성장·발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현재 수산물 가정간편식 원료로 이용되는 수산물의 종류와 시장규모, 원산지, 유통경로, 공급(조달) 방식 등 원료 수급시장 전반에 대한 진단과 수급 안정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HMR 원료 수산물이 국내 생산과 수입을 통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파악하고, 내수와 수출에 있어서의 가공수요 예측, 원료 수급 안정화를 위한 생산 및 수입관리 대책까지 해양수산부의 정책 영역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둘째, 수산물 HMR의 식품유형 구분, 표시기준 강화, 산업통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수산물 HMR가 다양화됨에 따라 제품의 유형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검토돼야 한다. 현행 식품공전상의 즉석섭취, 즉석조리, 신선편의 식품과 같은 구분은 포괄범위가 너무 넓기에 조리법 유형별로나, 원료 수산물의 함량 등 수산물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적인 분류기준 설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류기준을 명확히 설정한 다음 산업동향 파악을 위한 통계 DB를 구축하고, 소비실태 조사를 정례화해 수산물 HMR 관련 정책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원료 함량과 영양성분, 나트륨 함량, 원산지 등을 좀 더 알기 쉽도록 표시기준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많은 시판 HMR가 영양성분은 낮고, 나트륨 함량은 높으며, 원산지·영양성분 표기 오류가 많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는 교육·홍보,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HMR 수산식품 유통채널 다변화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수산식품 유통에 있어 대형마트나 중소마켓, 전통시장의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최근 모바일·온라인을 통한 유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의 용어가 일상화되고, 신선식품의 온라인 주문이 전혀 낯설지 않은 유통환경하에서 온라인 유통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에는 어떤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앞으로 수산물 생산 부문도 온라인 시장을 주요 유통경로로, 그리고 HMR를 핵심적인 수산식품 시장으로 설정해 시급히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해양수산부의 수산정책에 있어서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넷째, 고부가가치 HMR 가공·상품화, 원천기술 확보 등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HMR 상품화 관련 기술 개발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이라 할 수 있겠으나 영세한 중소규모 수산식품업계를 육성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급속 냉·해동 기술, 유통기한 확대, 프리미엄 상품화, 식품포장재와 용기의 친환경화 등을 위한 R&D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국가식품클러스터, 전국의 수산식품거점단지 및 연구시설 등을 활용해 제품 개발, 가공, 유통·마케팅 등을 뒷받침함으로써 지역 수산업과 수산식품산업을 육성하는 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생산여력이 큰 국산 수산물이 HMR 가공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생산자(어업인)와 수산식품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HMR 수산식품제조에 국산이 아닌 저가의 수입산 수산물이 주로 이용되고,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수산물 HMR 산업은 대기업만을 위한 시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수산물 생산자단체와 유통업체, 수산식품기업의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개별 주체별로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거래’라는 개념보다는 ‘상생(win-win)’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중소규모 식품기업과의 협력적 네트워크하에서 수산식품 개발, 유통 인프라 구축, 식품안전 검사 등을 생산자조직과 기업이 공동 운영·관리할 수 있는 성공사례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원료 수산물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단체와 식품업체 간 계약생산을 활성화하고 중개·알선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의 수산식품 소비 및 지출과 관련된 각종 통계와 연구기관의 소비행태 조사를 종합해보면, 외식을 통한 수산물 소비는 늘고 있는 반면에 조리과정과 뒤처리 때의 불편함 때문에 가정에서의 소비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 HMR가 과연 가정에서의 수산물 소비 감소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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