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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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청어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4.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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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이정훈

눈이나 감고 죽지, 
어물전 청어 보면 할애비 생각

청어 한 번 먹었으면
석 달 열흘 소 떼 몰고 다니다
추적추적 비 내리던 늦가을 저녁
원산(元山) 어름 주막집 봉노
그 청어를 먹었으면

엄마와 형이
주문진으로 강릉으로 암만 다녀봐도
청어는 그 무렵 보이질 않아

죽어서도 그리운 먼 북쪽이란
잇바디에 새어나가던 물거품의 기억이란
화로의 기름연기처럼
할애비 등판에 무럭무럭 김 오를 때
나는 청어 새끼
어느 물밑을 떠돌고 있었을까

눈에서 자라난 것들이 눈보다 더 커져
몸보다 더 무거워져
아가미 가득 배어 나오는 소금 물살
알전구보다 환환 빛으로
원산 바다를 건너고 북태평양을 지나고
수평선 가득 노란 알이 지천이라는
청어들의 바다에서
아아, 입 벌리고

눈이라도 쓸어줄까,
얼음상자 속 저 푸른 빛


※ 이정훈 작가는…
강원 평창 출생.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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