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생물 양식기술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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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생물 양식기술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4.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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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장

해마다 우리는 “어떤 물고기가 너무 안 잡혀서 금값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수산생물의 양식기술을 연구하는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안 잡혀서 구하기 어렵게 된 물고기에 대한 양식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품종이 명태, 살오징어이다.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1981년(16만5837톤)을 정점으로 1986년 이후 생산량이 급감했고 2000년대부터는 1톤 미만으로 잡혀 수산물 통계 집계조차 사라지게 됐으며, 2019년부터는 아예 어획이 금지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국민생선이라는 호칭은 1970~1980년대를 기억하는 장년층의 향수로 남게 됐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산 수입 생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명태의 생산량 격감 원인은 과도한 어획과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1990년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었던 수산물은 살오징어다. 살오징어 어획량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0만 톤 내외를 기록했으나 2017년 8만7000톤이 잡히는 등 생산량이 격감하고 있다. 이 또한 남획과 동해 고수온에 따른 어군 분산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명태, 살오징어처럼 국민들의 소비가 많았던 어종들의 어획량이 감소하면, 양식기술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반면 수산자원을 공부하신 분이나 자연산을 대체하기 위한 양식을 해보신 분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품종을 방류하면 뿌린 지역의 소득으로 돌아올지, 살오징어와 같은 단년생 어종을 방류하면 자원으로 가입이 될지, 양식한 수산물이 자연산만큼 맛이 있을지, 경제성은 있을지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모든 요인들은 면밀히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양식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2018년부터 살오징어 인공종자 생산기술과 축양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살오징어가 워낙 성질이 급한 종이라 축양에도 어려움을 겪었고(기존 일주일 남짓 축양이 가능하던 종을 한 달 정도 축양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인공종자 생산은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먹이생물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하게 됐고 이것은 참갑오징어 인공종자 생산 성공이라는 기쁜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참갑오징어 인공종자는 1년 만에 어미로 자라 실험실에서 알을 낳게 됐고 우리는 참갑오징어의 전체 생활단계별 생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현장에서 적용시험을 거쳐 상용화 규모는 아니었으나 양식 가능성도 확인한 바 있다.

다양한 먹이를 대량 배양할 수 있게 된 의미는 매우 크다. 살오징어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난황이 모두 흡수된 초기 유생에게 적합한 먹이를 찾지 못해서인 만큼, 초기 유생에게 적합한 먹이를 대량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종자 생산에 성공할 가능성을 5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참갑오징어 양식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알테미아 성체와 곤쟁이류의 배양, 새우류와 게류의 연중 공급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이 기술로 우리는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 기술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얻어진 노하우는 참문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로 이어진다. 참문어 인공종자 생산에서 얻어진 기술은 또 다른 종의 양식기술 개발을 도전하게 만들 것이다.

개발된 양식기술이 산업화 현장으로 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양식기술 개발은 계속돼야만 한다. 개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수산생물의 생리, 생태를 더욱 상세하게 파악하게 되고 양식 시스템을 개발하며 또 다른 시도를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바다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확실하게 내다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당장 얻어지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양식기술 개발의 효과와 비용을 걱정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양식기술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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