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와 활수산물 소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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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와 활수산물 소비 확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4.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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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드라이브 스루’가 최고의 관심 단어로 떠올랐다. 검사자와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한 처치가 가능한 드라이브 스루 진단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전 세계 국가에서 시도하는 검사 방법이 되고 있다.

지난 1992년 프랜차이즈업체가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는 주문, 결제, 제품 수령까지 차 안에서 편리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최근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외출을 줄이고 개인 안전에 유의하면서도 좋아하는 제품을 즐길 수 있는 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바뀌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검사로 관심 단어로 떠오른 드라이브 스루가 이제는 수산물 판매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극심한 소비 위축에 시달리는 수산물 소비 확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나아가 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수산물 유통 형태의 변화까지 선도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수산물 판매에 드라이브 스루를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경북 포항시가 최초다. 이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이 전국 도매시장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으며 현재 포항, 완도, 울산, 여수 등 지자체에서도 활수산물 판매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포항시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수산물 판매가 지자체 곳곳에 전파되고 중앙정부의 수산물 소비 촉진 핵심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활수산물 특판은 신선도가 생명인 활수산물을 손질하는 즉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고,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국 연안 관광지와 연계할 경우 어촌·어항 관광단지의 특화 상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도입된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수산물 소비 패턴이 이미 비대면 방식으로 많이 변화됐음을 확인시켜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양식어류인 광어는 생산원가보다 한참 낮은 kg당 7000원선까지 값이 곤두박질쳤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이러한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재고물량까지 늘어나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주 출하시기를 맞았던 멍게는 수산물 소비 촉진운동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긴 상황이지만 향어와 무지개송어, 메기, 전복 등 양식 생산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활어의 경우 생산자와 유통 플랫폼을 연결할 기반시설이 없어 80% 이상이 생산자와 유통상인이 직접 거래하는 장외거래로 이뤄진다. 이때문에 생산자들은 유통상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가격 조작을 한다고 의심한다. 유통상인들 역시 생산자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원활한 출하와 가격을 보장해줄 수 없다며 서로 반목하는 일이 발생한다. 

산지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출하가 중단돼도 좀처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생산자와 유통 플랫폼을 연결하는 기반시설이 없어 전통 방식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활수산물의 경우 위생관리의 어려움과 함께 배송 과정의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활수산물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을 통한 구매보다는 온라인이나 SNS 등과 친밀도를 높여왔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판매 채널도 다양화되고 있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등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 제품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으로 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근 수산물을 취급하는 외식업계와 전문식당가에서도 모바일 배달 플랫폼이 확산돼 배달앱을 통해 회나 매운탕 등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소비 감소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현상을 촉발했지만 드라이브 스루라는 방식이 활수산물의 유통 구조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변화를 추구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변화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생산자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드라이브 스루도 소비 확대를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는 없다. 수온이 높아지면 신선도 유지나 품질 변화, 식품의 안전성도 감안해야 한다. 수요 증가에 대비한 물량 확보방안과 이를 위한 시설 구축도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기존 오프라인 시설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수산물 온라인 직거래 확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폭적인 지원과 정책 추진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조성을 검토 중인 생산자단체 중심의 활어전문유통센터도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또한 생산물량이나 재고물량, 소비물량까지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 기반 시설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수산업계의 발전적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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