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출하시기 놓친 향어 양식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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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출하시기 놓친 향어 양식업계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4.1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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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무서운 출하 중단, 도산 위기

재고 1500톤 격리만이 유일한 방안, 수입 중단도 필요해
전국 생산량 80% 전북 양식어업인, 정부 비상대책 촉구


국내 최대 평야를 자랑하는 전북 김제시의 외곽 금구면에는 논농사와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서 수차가 돌아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국내 향어 양식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전북도내에서도 이곳 금구면에는 6∼8개소의 양식장이 운영될 만큼 향어 양식 적지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 3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수차가 돌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물결을 힘차게 가르는 수차와 달리 양식장은 한겨울 한기가 느껴질 만큼 쓸쓸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

지난해 12월 차세대 농어업경영인 대상 수상자로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을 받은 송수생(수생수산 대표, 28) 씨는 향어양식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미래를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양식학을 전공하고 곧바로 귀어한 젊은 양식인이지만 꿈과 미래를 꿈꾸던 패기와 용기, 자신감은 코로나 사태로 완전 무너졌다.

현재 송 씨는 초기 투자비용에다가 운영비가 보태져 빚만 6억 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200평 규모 지수식 양식장 3개에서 연간 70∼100톤의 향어를 생산하던 송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출하를 전혀 하지 못했다.

향어 주 소비시기인 4월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급감해 사육지에는 4년산 향어가 가득 들어차 있다. 평균 2kg 정도면 출하해야 하지만 지금은 3kg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 대부분. 

수온이 올라가면서 사료를 급이하게 되면 물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종묘 입식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을철 이후가 되면 생산량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인근의 권금열 전 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며 극단적인 표현까지 하는 권 전 회장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내수면양식업계를 고사 직전까지 몰아갔던 말라카이트그린 사태 때보다도 훨씬 경영 압박이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김제, 완주, 전주, 고창, 정읍 등 전북도내 120여 곳의 향어 양식업체가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향어 재고물량은 1500톤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출하시기를 넘긴 4년생 300톤과 2∼3년생 700∼800톤 등 1000톤 정도가 시장에서 소비돼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송민규 전국 향어생산자협회장은 “소비 촉진이나 가격 인하 등에 의한 출하대책은 전체 업계에 도움이 되지 못할 상황”이라며 “긴급경영회생자금이나 특별 재난자금 등을 활용해 가공품이나 군납, 학교 급식 등을 실시해 향어  재고물량을 시장에서 완전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소비 확대나 예전과 같은 방식의 대책으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송 회장은 국내 가격보다 낮은 수입산에 대한 검역 강화와 함께 국내 가격 보전과 자조금의 한시적 규모 확대, 사료구매자금 이자 감면과 상환 연기 등 재난 대응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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