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저곳 참치
상태바
[바다 시를 만나다] 저곳 참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4.06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곳 참치

최호일

참치를 보면 다른 별에 가서 넘어지고 싶어진다

동그란 깡통 참치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녔는지 깡통 속에서 살이 통통하게 쪘는지 지느러미와 내장이 없다

참치는 좀 더 외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온 듯하다 먼 훗날 비행접시를 타고 바닷가에 내린 어느 외계인처럼 사람들은 내용물을 버리고 깡통을 구워 먹을지 모른다

다 버린 참치를 차고 노는 아이들참치를 숭배하는 자세로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오다가 덜커덩 자전거가 어느 돌에 걸려 넘어졌다

저곳으로 넘어지는 참치

그 돌은 어느 별에서 날아 왔을까 돌은
그곳에서 가시를 발라낸 비교적 딱딱한 참치일 수도 있고 저녁 어스름의 근원적인 고독일 수도 있다

아가미가 없는 참치


※ 최호일 작가는…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