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양식에 대한 정책 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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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양식에 대한 정책 전환 필요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3.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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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품종 중 최초로 수출 5억 달러를 달성한 김 양식과 1조 원 산업을 지향하고 있는 전복 양식이 확대되면서 이들 품종의 근간이 되는 해조류 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최근 김 양식을 위한 양식 면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서해안에는 김 양식 참여 인구와 양식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전복 양식의 필수적인 먹이인 다시마 양식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전적으로 바다의 상황에 따라 풍흉이 좌우된다. 올해의 경우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기온 탓에 김, 미역 등의 해조류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양식 중인 김에 질병이 유발되거나 생육과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래 등의 해조류가 부착하게 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발간한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조류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까지의 누계 김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적은 5113만 속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미역 생산량도 13.8% 적은 11만1148톤에 불과했다.

이 자료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김 생장을 방해하는 경쟁생물인 김파래 부착이 있었고 지난 2월부터 피해지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한 미역도 태풍과 높은 수온 탓에 어기 초 싹녹음 발생과 다량의 이물질 부착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전복 먹이용 미역은 시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무려 15%가량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김 양식 흉작은 현장에서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기후변화로 물김 생산이 저조하고 김 소비 감소 등으로 가공업체 역시 침체된 상황이다. 수출 역시 변수가 많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코로나19 전염병 확산과 인적 교류 중단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사상 최대의 악재를 만났다. 전염병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생산과 가공, 수출이 연쇄적으로 부진에 빠질 지경이다.

그러나 업계의 실정을 보면 이상 고온에 따른 생산 감소에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최고의 효자 품목인 김이 불효자가 될지도 모른다.

생산량 증가에 초점이 맞춰진 증산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은 대부분의 해조류 산업 관련자들이 동의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생산과 유통, 가공, 수출 등 전체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작용해야 한다.

KMI 동향분석 자료는 해조류 수급관리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현상이 명백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겨울철 이상 고온 피해는 앞으로도 빈번해질  것이므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묘시기를 공표하는 시스템 구축과 이를 실천할 협의체 구성 및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급관리체계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올해 김 양식 동향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물김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수출에 대한 전체적인 시스템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올해 물김은 생산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10% 하락했다. 마른김도 25∼30%정도 내렸다. 한데 내수용 김은 남는 데 비해 수출용 원초는 부족한 실정이다.

미역도 2020년 어기 시작 전 잦은 태풍 발생으로 시설시기가 예년보다 20일가량 늦춰졌고, 시설 이후에도 높은 수온이 지속되면서 종자가 녹아내리고 엽체의 싹녹음이 발생하는 등 나물용 물미역의 생장이 부진했다. 장기간 계속된 높은 수온이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미역 생산 감소로 전복 양식장에서는 다시마 수요가 높아졌다.

산업화에 맞고 국제시장에서 통하는 품종을 전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수급관리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또한 생산품의 사용 목적에 맞고 해역별 특성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식산업의 가장 근간이 되는 종자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산업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생산 부진의 가장 큰 이유가 올해 80% 이상 생산된 슈퍼김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공업계에서는 슈퍼김은 가공이나 조미김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공 과정에서 구멍이 생겨 수출품에서 누락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수용은 재고물량이 늘어나고 수출용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수확 품종에만 매달린 결과다.

KMI는 이상 고수온 등으로 해조류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역과 다시마의 생산 부진이 전복 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조류 수급에 대한 정부 정책도 전환돼야 한다. 특정 품목에 대한 생산보다는 관련 품목이나 산업과의 관계까지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용도에 맞는 적정한 품종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수급에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미역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전복 먹이용으로 사용된다. 미역 생산량에 따라 전복 양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식품으로 사용하는 미역과는 생산 방식이나 시기, 품종이 달라져야 한다.

수출 효자 품목이 불효자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시장규모 1조 원을 지향하는 전복 양식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조류 양식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개발과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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