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멸치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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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멸치 칼국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3.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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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칼국수

장인수

관절도 없고
아가미도 없는 저것
홍두깨에 밀어서
다다다닥닥 칼질의 간격을 넘어온 저것
뼈마디도 없는 저것
말랑말랑한 세상으로 왕림하신 저것

여러 가락 뜨겁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저것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
뜨개질 하다가 끓여먹는 저것의 국물에는
바다의 거친 은빛 물살에서 파닥이던 저것
죽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저것
수중 발레를 하며 매혹적인 춤을 추던 저것
그물에 걸렸어도 은빛 점프를 하던 저것
척추동물의 날렵한 몸동작인 저것
깨달음에서 우려낸 저것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우려낸 저것
뼛속까지 망명한 저것

 

※ 장인수 작가는…
충북 진천 출생. 2003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유리창>, <온순한 뿔>. 중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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