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전통시장으로 떠나는 미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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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전통시장으로 떠나는 미식여행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3.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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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을거리다. 추위를 이기려고 국수 한 그릇 서둘러 말아 먹거나, 출출함을 면하려고 막 튀겨낸 도넛을 베어 물 때 만든 이의 인생을 맛보는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생의 미감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먹을거리의 재료가 지역의 삶을 오롯이 대변한다. 정선아리랑시장이나 영월서부시장이 대표적이다.

 

특색 있는 음식 즐비한 정선아리랑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가 개통하며 오늘의 명성을 얻었다. 2015년부터 정선아리랑열차(A-train)가 그 배턴을 잇고 있다. 끝자리 2·7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변함없이 북적거리고, 상설시장은 여행의 목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정선아리랑시장 동문과 서문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메밀이야기’, ‘곤드레이야기’, ‘콧등치기이야기’ 등 먹자골목이 반긴다. 메밀전 부치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골목을 나눴지만 콧등치기, 곤드레밥, 올챙이국수 등을 한집에서 판다. 전은 메밀부침과 전병, 수수부꾸미, 녹두전 등 모둠전 형태로 5000원 선이다. 시장 음식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재미난 이름 역시 사연이 있다. 콧등치기는 장국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다. 막국수와 달리 면이 굵고 투박하다.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이 콧등을 칠 만하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녹말을 묽게 반죽해서 구멍 뚫린 바가지에 내린다. 찰기가 적으니 툭툭 끊어져 올챙이묵처럼 생겼다. 콧등치기나 올챙이국수는 술술 넘어간다. 급하게 허기를 채우고 서둘러 일터로 돌아가던 아우라지 떼몰이꾼과 민둥산 화전민의 뒷모습이, 정선 사람들의 하루가 보이는 듯하다.
새로운 공간도 생겼다. 정선아리랑시장 골목 안쪽에 ‘청아랑몰’이 있다. 청춘과 아리랑을 합친 이름이다. 3층 컨테이너 건물은 1층 푸드 코트, 2층 액세서리 숍과 공방, 3층 펍(Pub)으로 구성된다.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분식에서 마카롱, 과실주, 수제 맥주까지 작지만 알차다.
정선의 자연이 보고 싶다면 아리힐스-스카이워크가 좋다. 뱅뱅이재라고도 불리는 해발 583m 병방치 전망대에 길이 11m ‘U 자형’ 스카이워크를 설치했다. 강화유리 바닥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고, 눈앞에 한반도 지형과 어우러진 동강이 압도한다. 눈 내린 다음 날이 아름답지만, 도로 상태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아리랑브루어리는 영월과 가까운 신동읍에 있다. 현재 수제 맥주 5종을 선보인다. 평일에 맥주 5종 시음이 포함된 양조장 견학 프로그램(약 20분 소요, 1만 원)을 운영한다. 50석 규모 펍을 갖춰 오후 햇살 아래 맥주 한잔 즐기며 쉬었다 갈 수 있다.


영월서부시장에서 먹는 고소한 메밀전병
정선아리랑시장이 강원도 시장 음식 여행의 대표 주자라면, 영월서부시장은 떠오르는 강자다. 영월서부시장은 영월서부아침시장과 서부공설시장, 영월종합상가가 합쳐 한 시장을 이룬다. 1959년에 정식 허가를 받았으니 60년이 넘었다. 영월 사람에게 여전히 동네 시장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메밀전병의 성지’다. 메밀전병 맛집은 영월서부아침시장 자리에 모여 있다. 농부들이 아침에 농산물을 팔고 돌아가서 아침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자리에 메밀전병 맛집이 다닥다닥하다. 입구부터 메밀전병 부치는 냄새에 군침이 돈다.
조금씩 다른 음식을 낸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메밀전병과 메밀부침개 맛집이다. 철판에 기름을 쓱 두르고 묽은 반죽을 얇게 부친 다음, 볶은 김치와 당면 등으로 만든 소를 얹어 둘둘 만다. 심심한 맛인데 한 점씩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가게마다 전 부칠 때 쓰는 기름, 볶은 김치의 매운맛, 전의 두께와 색깔이 다르다. 여행자는 방송에 나온 맛집을 찾고, 영월 사람은 미세한 맛의 차이를 알아채니 각자 단골집이 따로 있다.
메밀전병과 더불어 영월서부시장 먹부림 양대 산맥의 하나는 닭강정이다. 메밀전병이 추억을 더해 은은한 맛을 빚는다면, 닭강정은 직설적이다. 매콤하고 달콤한 자극으로 매혹한다. 영월서부시장의 닭강정은 땅콩 가루를 넉넉히 묻혀 고소한 맛이 더하다. 시장 내 유명한 집들이 있는데,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조금씩 다르다. 반대편 출구 영월종합상가 쪽에는 영화 ‘라디오 스타’의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 벽화가 숨은 볼거리다.
영월에 가면 동강사진박물관에 꼭 들러볼 일이다. 박물관은 2005년에 문을 열었지만, 2001년 사진 마을을 선포하며 시작된 영월의 사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이나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 등을 전시한다. 야외회랑은 겨울 추위에도 회랑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할 만하다.
젊은달와이파크는 요즘 영월에서 주목받는 예술 공간이다. 최옥영 작가가 술샘박물관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젊은달와이파크는 ‘영(young, 젊은)+월(月, 달)’에서 따온 이름이다. ‘붉은 대나무’, ‘목성’ 등 공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비롯해 젊은 층이 공감할 만한 감각적인 요소가 많다. 젊은달와이파크 전체가 포토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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