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흉내 물고기
문정영
인도네시아 술라웨시해안의 어떤 문어는 흉내를 잘 낸다.
검은 띠와 흰 띠를 두른 바다뱀, 쏠베감펭, 바다달팽이 등 맹독성 생물이 되기도 하고
넙치류같이 파도처럼 출렁거릴 줄도 안다.
다른 어류의 행동까지 흉내 내는 재주꾼이다.
몸 바꾸다가 바꾸는 것에 맛 들여 포식자를 속이는 마술사다.
그 바다에는 어류도감에도 없는 문어 흉내 물고기가 산다.
제 모습을 한 물고기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문어는 얼마나 놀랄까.
때때로 나는 복제된 나를 보고 소스라친다.
내가 쓴 시어를 흉내 내고 감각을 반복하고, 그리고는 또 다른 얼굴로 얼른 변신한다.
내 안에도 저리 생존을 위해 몸 바꾸는 문어 흉내 물고기처럼 시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색을 바꾸는 내가 있다.
기분에 따라 내 언어들이 명명하는 물상들이 또 다른 이름을 흉내 낸 것 아닌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 문정영 작가는…
전남 장흥 출생. 19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잉크>, <그만큼> 등. 계간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서시문학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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