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해양수산도시 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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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 해양수산도시 닝보
  • 탁희업 기자
  • 승인 2019.12.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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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무역·유통 중심지… 수산시장은 24시간 활기 넘쳐

한중 FTA 체결 후 中 수산물 수입 크게 줄고 수출 가능성 높아
중국시장 공략하려면 소비시장 트렌드에 맞춘 품종 생산해야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는 저녁 6시경이면 중국 저장성 제1의 항구도시인 닝보(寧波)시 수산물도매시장에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상 15층 규모의 수산시장 본건물에도 불이 환하게 밝혀진다. 3∼5톤 규모의 탑차들도 줄지어 이곳으로 들어온다.
신선냉장 수산물의 거래가 시작되는 오후 7시 시장은 물품을 구매하려는 상인들과 탑차들로 북적거린다. 규모를 알 수 없을 만큼 이어진 시장 바닥은 수산물로 가득 들어찬다. 거래가 끝난 탑차들은 곧바로 빠져나가고 새로운 탑차들이 물건을 선보인다. 중매인들의 호가로 시끌벅적한 우리나라 산지 도매시장과 달리 이곳은 생산자와 도매시장 상인이 직접 거래한다. 이러한 거래가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갈치와 부세, 고등어가 본격 어획되는 지난해 11월 22일 중국의 소비시장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이곳을 찾았다.

중국시장이 세계 수산물 가격  ‘좌우’
닝보수산물도매시장은 2016년 현대식 건물로 완공돼 활어, 건어물, 냉동, 신선냉장 등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신선냉장만이 경매 형식의 거래를 한다. 이 때문에 낮에는 활어와 건어물, 냉동품 거래로, 저녁에는 신선냉장품이 거래돼 24시간 활기를 띤다.
세계 최고의 수산물 수입국인 중국은 최근 전 세계 수산물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 형태나 품목이 전 세계 수산물 가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참조기의 명성에 눌려 있는 부세는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의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한중 FTA 체결 당시 값싼 중국 수산물의 수입이 가장 문제가 됐다. 중국산이 밀려오면 국내 수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수출을 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수산물 소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내 수산물 유통 및 무역업계는 중국 내 하루 새우 소비량을 500∼600톤, 부세는 500톤, 뱀장어 소비량은 하루 200톤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어선어업에 의한 어획으로는 도저히 수요량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노르웨이산 연어, 러시아 대게와 랍스터, 오징어, 참치 등도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수산물이다.
중국의 이러한 수산물 소비 형태에 맞춰 수산물 무역과 유통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이 닝보다.


개방화 힘입어 상하이 대체도시로 발전
개방화와 함께 엄청난 소비도시로 발전한 상하이에 밀려 있던 닝보는 대형 컨테이너 부두가 완공되면서 명실상부한 해양수산도시로 발전해가고 있다. 중국 내 최고 발전된 도시인 상하이의 대체도시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닝보항은 5만 톤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의 접안이 가능하다. 도시 내 수로도 잘 갖춰져 있어 소형선들의 항해도 자유롭다. 수산물 무역·유통회사들도 닝보항과 도심 내 수로변의 대형 빌딩에 자리를 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참조기와 부세를 대량 수입해가는 무역유한공사(닝보후이유무역, 대표 한태호)도 닝보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도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뱀장어 가공품 수출로 수산물 무역을 시작한 한태호 사장(55)은 연간 2만여 톤의 중국 수산물을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수출했다. 뱀장어를 비롯해 잉어, 붕어, 피라미, 빠가사리 등을 인근 저우산(舟山)시 가공공장에서 가공해 팔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으로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업무도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사장은 “갈치는 전 세계 어획량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랍스터와 굴, 전복 등 고급 수산물 식자재도 중국시장이 세계 가격을 좌우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수산물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급량이 부족한 조기의 경우 톤당 24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병어의 경우 4600달러에서 2만2000달러로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에는 북한산 굴과 홍합, 해삼, 코끼리조개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 모로코와 모리타니아 등지에서 갈치도 들여온다.


수산물 블랙홀 공략방안 고심해야
또한 연안어업에 의한 수산물 수급이 어려워진 만큼 수입산과 가공품 및 양식산이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연산 자원이 많거나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서대(일명 박대)나 부세 등은 양식산 비중이 최근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양식 기술이나 규모가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 사장은 중국시장 개척 또는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양식산업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닝보수산시장에서 양식산 부세가 하루 80∼100톤이 넘어섰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와 20년 이상 수산물 수출입을 해온 한 사장은 최근 부쩍 한국 방문이 잦아졌다. 지난해 11월 초 제주도를 방문한 데 이어 12월 초에도 부산공동어시장을 들렀다. 대부분 어선어업에 의한 어획물을 수입해가지만 최근 어획이 부진해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적정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수입해간다.
수산물 수출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국에 대한 정보나 교류 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는 한 사장은 “중국이 수산물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고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이며 이에 대비한 양식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거대한 중국 소비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가 중요하며 소비시장의 변화에 맞는 품종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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