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식탁에서 수산물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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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식탁에서 수산물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인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2.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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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조성 중요성 깨닫고 ‘바다 살리기’ 적극 나설 때

수산자원을 늘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식환경 개선하고 어린 물고기 방류하는 것
2030년까지 자원량 503만 톤으로 증대 목표

임영수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본부장

우리를 둘러싼 수산업의 여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난 1986년 173만 톤이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018년 100만 톤으로 58%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국민의 수산물 소비량은 과거 20년 동안 1999년 38kg에서 2017년 65.9kg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고 소비량을 경신했다. 같은 시기에 인근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의 수산물 소비량은 지난 30년간 8배의 증가율을 보인다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수산자원의 감소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과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사이언스지는 2050년경엔 바다의 모든 생물자원이 붕괴에 직면하고 22세기 이후에는 자연 수산물 섭취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실제로 수온 상승 등의 해양환경 변화와 남획 등으로 각국의 수산자원량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이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을 중심으로 조업 규제와 입어료 인상 등 수산자원을 무기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자연과 인류의 공존을 위한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 됐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정부의 대책
수산자원량 감소는 소비자의 밥상 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조개와 물고기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5년간 3.1% 올라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1.0%)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렇다고 어업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연근해 자원량 감소는 소비자와 어업인을 모두 울상 짓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수산혁신 2030계획이 2019년 2월에 발표되면서 수산의 근간부터 혁신을 외치고 있다. 가장 큰 골자는 어업생산력 향상 위주인 생산지원 중심에서 자원관리형으로 수산업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정책의 핵심은 2030년까지 자원량을 503만 톤까지 늘리는 것이며, 이는 현재 자원량인 304만 톤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양으로 자원량 증대를 통해 인구 유입 등 어촌 재생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이다.
어업생산량의 마지노선인 100만 톤이 한때 92만 톤까지 붕괴됐다가 반짝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자원관리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가닥을 잡은 것은 수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는 정부 정책을 충실하게 뒷받침할 만한 수산자원 조성과 총허용어획량(TAC)제도로 구성되는 수산자원관리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수산자원 조성사업과 바다목장 사업
수산자원을 늘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산생물이 살기 좋은 서식환경으로 개선해주고, 그 서식환경에 어린 물고기를 방류하는 것이다. 이들을 통칭해 ‘수산자원 조성사업’이라고 한다. 이에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바다목장, 바다숲 사업 등 해역별 단위사업을 통해 자원량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바다목장은 연안에 인공구조물 등을 시설해 수산자원의 산란 및 서식장을 조성하고 건강한 종자를 대량 방류해 대상 연안어장의 자원을 증대시키기 위한 울타리 없는 환경친화형 어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 어업인 소득과 어촌경제 활성화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어업인의 자율관리체계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어업인의 적극적 참여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공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현지 어업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에 가장 적합한 바다목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바다목장을 수산업 6차 산업화를 위한 롤모델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테마형 바다목장을 조성하고 있다. 주요 조성방법으로는 어초를 활용한 서식장 조성 외에도 낙지, 꼬막 등 저서성 생물을 위주로 한 갯벌형 바다목장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나 동해의 바다목장은 탁 트인 수중 시야를 활용해 관광형 바다목장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바다목장은 경북 울진, 충남 태안, 전남 여수, 제주, 경남 통영 등 5개의 시범바다목장과 36개소의 연안바다목장 조성을 완료한 상태이며, 2022년까지 총 50개소의 연안바다목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다목장 사업은 현재까지 자원량 증대를 통한 어업인 소득 증대라고 하는 목표를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다. 2011년부터 연안바다목장 조성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안바다목장 조성지는 조성하지 않은 해역에 비해 어획량이 약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조성 해역의 어업인 소득은 13.6%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자원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수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목표로 한 50개소 이외의 어촌도 바다목장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사업을 대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바다숲 조성사업
해조류가 고사하는 갯녹음 현상(바다사막화)이 매년 1200ha의 속도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돼 현재는 약 1만9000ha에 이르고 있고, 특히 제주와 동해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해조류가 제공하는 서식처에서 살아왔던 수산생물의 삶터가 심각하게 파괴돼 자원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산림녹화사업에 준하는 대규모 바다숲을 조성해 어류의 산란·서식장 복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 연안 암반 면적의 75%인 5만4000ha를 바다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감태, 모자반, 미역, 대황 등의 대형 갈조류는 물론 잘피 등의 해초류를 이용해 서해안과 남해안의 연성해저(모래나 펄로 구성된 퇴적물)에도 바다숲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해조장 보호·보전, 자연암반의 복구, 수중저연승 시설 등 다양한 바다숲 조성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2019년 전국 173개소에 걸쳐 2만1490ha 조성을 완료해 갯녹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수산생물의 서식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18년 한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다숲 조성의 생태적·경제적 가치는 무려 12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사업의 가치를 좀 더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관리
자원을 조성하는 것 이상으로 잡는 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년 만에 성숙에 도달하는 고등어도 잡는 것은 한순간이며, 이보다 더 느린 성장을 하는 어류는 한번 남획되면 자원 회복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미래세대에 수산자원을 물려주기 위해선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의 올림픽식 경쟁조업을 지양하고 수산자원은 모든 국민의 공유재산임을 명심해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조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주요 어종에 대해서 연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조업이 이뤄지게 하고 있으며 이를  TAC제도로 두어 운영하면서 자원이 감소하는 수산생물에 대해서는 종자방류 관리를 통해 자원량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TAC 관리와 수산종자 자원관리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전국 121개 지정판매장소에 95명의 수산자원조사원을 배치해 12개 TAC 대상종의 어획량을 조사해 주간·월간·연간 단위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TAC제도 운영은 수산혁신 2030계획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잡기는 쉬워도 복원하기는 어려운 수산자원의 특성 때문에 잡는 양을 잘 관리해야 정부 목표인 2030년까지 자원량 503만 톤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더 철저한 자원관리를 위해 수산자원조사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이에 2022년까지 조사원을 250명까지 증원하고 2019년 기준 12개소인 현장사무소를 2022년까지 70개소로 늘려 정부 정책에 착실히 부응할 계획이다.
TAC제도는 근본적으로 규제정책이어서 어업인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약간의 불편함이 우리 미래세대가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수산종자 자원관리 사업은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산자원 회복방안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방류 대상 종자의 건강성을 위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종자 방류의 생산체계 구축은 물론 방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물리화학적 표지 방법 이외에도 친자 확인 등 첨단 유전학 방법도 꾸준히 개발돼야 할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수산자원관리법’의 방류종자 인증의 내용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된 종자를 생산해 방류하게 개정됐고, 이런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엄격한 어미 관리, 수정란 분양, 유전자 분석 등의 과정을 통해 해양생태계의 건강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다의 가장 큰 가치는 생명의 풍요로움
바다의 가치는 무한하다. 바다를 통해 물류가 이동하고, 바다 밑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고, 바다를 휴식의 쉼터로 이용한다. 그러나 바다의 가장 큰 가치는 생명의 풍요로움에 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은 집을 흉가라고 한다. 우리 바다가 ‘흉해’로 변해가고 있다. 모든 사고와 재난은 반드시 그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해조류가 지천이던 바위가 갯녹음으로 하얗게 변하고, 어획량이 100만 톤 이하로 줄어드는 현상을 우리는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수산자원을 살리겠다는 우리의 적극적인 대처가 우리 바다를 살릴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행이 중요하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정부를 대신해 어업인과 국민에게 정책을 연결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성실히 책임을 다해 우리 바다의 수산자원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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