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수산물 위생·안전 신뢰 제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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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수산물 위생·안전 신뢰 제고방안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2.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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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안전 확보해야 소비자 마음 사로잡고 신뢰 얻어

소득 높아질수록 건강과 식품안전 중요 요소로 인식
소비자 식품안전 의식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저온유통 능력 확보하고 원산지 표시 의무 강화해야
수산물이력제 의무화 품목도 50여 개까지 확대 추진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수산물 위생과 관련한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대부분 양식수산물에 사용하는 항생제와 관련된 사건들이었는데, 사건 초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후에 잊힌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수산물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의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국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19년 4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양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에서 생산한 수산물 28종에 대해 수입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3년 9월 이후 약 5년 7개월에 걸친 한일 간의 수산물 수입 분쟁이 일단락지어진 것이다. 이번 WTO 상소기구의 결정은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만일 2018년에 WTO 분쟁해결소위원회에서의 결정과 동일하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와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이 가능해졌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국산 수산물도 함께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
과거에 식품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섭취하는 대상에 불과했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식품 소비에서 건강과 식품안전을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수산물 식품안전의 수준을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산물의 원산지와 신선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실시된 여러 경로의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실시한 2018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수산물 소비에서 신선도가 37.6%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으며, 생산지역을 포함한 원산지 표시가 16.5%로 나타나는 등 신선도와 원산지 표시 등 식품안전성과 관련된 요소의 비중이 54.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서는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식품 관련 정책으로 식품안전 보장을 지목한 비중이 38.2%, 국민 건강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정책으로는 식품안전관리가 42.3%로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의 식품안전성 평가 점수에서는 5점 만점에 국내산 식품의 평균은 3.91, 수입산 식품은 3.31인 반면 국내산 수산물은 3.77, 수입산 수산물은 2.34로 나타나 수산물에 대한 식품안전성 평가가 다른 품목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2019년 해양수산국민인식조사에서도 수산물 식품안전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인식이 자세하게 나타났다. 수산물에 있어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수산물의 취급관리 안전도 향상’이 42.3%, ‘유통·판매 중 신선도 유지’가 17.7%, ‘원산지 혹은 자연산·양식산 표기’가 4.5% 등으로 수산물 안전과 관련된 항목의 비중이 64.5%로 나타났다.
수산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수산물의 신선도, 원산지 표시, 수산물 취급관리, 자연산과 양식산 표시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수산식품의 위생·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소비자의 식품안전 의식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수산물 유통 과정의 저온유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유통과정은 크게 산지시장, 도매시장, 소매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지시장은 전국에서 70개 지역별 회원조합에서 운영 중인 약 210여 개의 산지위판장을 의미한다. 도매시장은 노량진수산시장과 전국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18개 수산물도매시장이다. 소매시장은 크게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저온유통이 가능한 것은 소매시장의 일부인 대형마트이며 산지시장, 도매시장, 그리고 전통시장에서 대부분 상온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외부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부패성이 강한 수산물의 특성 때문에 수산물은 축산물과 유사한 수준의 온도관리가 필요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겨울철에는 외부 온도가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나 기온이 영상 10℃ 이상으로 상승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지위판장과 도매시장에서의 온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름에는 이른 아침부터 30℃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산물의 온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지위판장과 도매시장에서는 양륙, 진열, 경매, 포장, 분산 과정에서 온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매단계인 전통시장에서도 온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수산물들이 상온에 노출된 채 진열돼 있어 외부의 온도와 이물질에 상시 노출돼 있다. 산지위판장과 도매시장은 저온경매장을 설치해 일정한 저온 상태에서 진열, 경매, 분산 과정이 이뤄져야 하며, 전통시장에서도 최소한 수산물을 냉장 쇼케이스에 진열해 소비자가 저온 상태의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유통단계별 수산물의 운반 과정에서는 저온차량을 이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둘째,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환경단체인 환경정의재단이 2018년에 서울시내 식당, 어시장, 마트 등 각종 수산물 판매처에서 300개의 시료를 구입해 DNA를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수산물의 약 34.8%가 허위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산 뱀장어, 국산 홍어, 국산 문어 등의 허위표시 비율은 50%가 넘었으며, 대하는 조사 대상 모두가 흰다리새우로 밝혀졌다. 소비자가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와 같이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가 허위로 작성돼 유통되면 원산지 표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성이 무너지게 된다. 원산지를 표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국산 수산물과 수입 수산물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 소비자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수산물을 수입 수산물이라고 간주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수입산 수산물에 대한 식품안전성 평가 인식이 국산 수산물보다 낮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원산지 표시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어업인들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현재 광어(넙치), 조피볼락(우럭),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고등어, 갈치, 명태, 조기, 오징어, 꽃게 등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으나 그 외의 품목은 의무표시 대상이 아니다. 현재 단속 대상 101만4897개소 중에서 단속 대상은 1만2013개소로 단속 대상의 1.2%에 불과하다. 이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수산물 단속인력이 87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산물 원산지 단속인원 1만8499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국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원산지 표시 대상을 확대하고 원산지 표시 단속인력을 늘려야 한다.
셋째, 수산물이력제 의무화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산물이력제는 2008년부터 도입돼 자율참여 방식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2017년에 수산물이력제에 참여하는 업체가 6917개 업체에 불과하고 이력 표시물량도 8108톤에 그쳤다.
이와 함께 2017년 기준 수산물이력표시 물량 상위 5개 품목인 미역, 참조기, 고등어, 갈치, 광어의 생산량 대비 이력 표시물량은 참조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수산물 이력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게 됐다.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수산물 유통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 동안 굴비와 생굴 2개 품목에 대해 수산물이력제 의무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정책을 수정했다.
수산물이력제를 통해 소비자들의 수산물 식품안전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굴비와 생굴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의무대상 품목을 최소한 자율이력제 대상 품목이었던 50여개 품목까지 확대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품목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식품안전 문제에 더 민감해져야
식품안전성 문제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89년에 발생한 ‘삼양라면 우지사건’이다. 당시 우리나라 라면시장에서 농심과 경쟁관계이던 삼양식품은 라면을 우지로 튀겼다는 익명의 제보가 검찰에 들어가면서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 몰지각한 업체로 낙인찍히게 됐다. 이후 국민 라면회사로 인정받던 삼양식품은 내리막을 걷게 된다. 1996년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1위 농심과의 격차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 이후였다.
아직까지는 국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국산 수산물에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국산 수산물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며, 국산 수산물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산 수산물의 식품안전 문제에 더욱 민감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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