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어촌사회 존속 어떻게 할 것인가?
상태바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 어촌사회 존속 어떻게 할 것인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2.30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촌·어업·어업인의 공익적 기능·가치에 주목해야

수산물 공급, 해양국토 방위 등 역할 수행
어촌 소멸 위기 탈피하고 활력 되찾으려면
도시민 귀어·귀촌 지원하고 정주여건 개선
지역사회 기여도 큰 여성어업인 지원 필요

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장

광복 직후 변변한 어로장비도 없던 시절, 거의 맨손이다시피 한 어업인들이 생산한 수산물은 국가 경제의 거대한 축의 역할을 했다. 당시 수산물이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났다. 1946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46%를 수산물이 차지했고, 1949년에는 믿기 어렵게도 93.3%에 달했다. 이후 감소해 1958년의 수출액에서의 비중은 25.8%였다. 외국과의 교류와 교역에 필수적인 외화벌이의 상당한 부분을 수산업이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외화는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의 선진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
2018년엔 수출금액에서 수산물 비중이 0.4%로 줄어들었지만, 절대 금액은 급격히 증가해 1958년 425만 달러에서 2018년은 23억8000만 달러로 600배 이상 늘어났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1차 산업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고차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1차 산업으로서 비중은 줄어들지만 그 절대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촌의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임여성의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70년 출생통계 집계 이래로 처음이자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도 유일한 가장 낮은 수치다. 1명이 1명도 낳지 않는 꼴이니, 현재의 인구가 자연 감소되는 시점이 되면 인구는 절벽이 아니라 급격히 감소해 소멸할 위기를 맞는다.
인구절벽이라도 도시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농어촌은 어떨까? 특히 섬 지역은 곧 소멸의 위기에 놓인다. 1990년 어가 수는 12만1525가구였으나, 2018년에는 57.7%가 줄어든 5만1494가구에 머물렀다. 어가인구는 76.4%가 감소한 11만7000명으로 줄었다.
인구절벽은 어촌의 고령화율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어촌의 인구 감소가 단순히 1인당 생산성의 감소에 따른 소득 확보 차원에서 연령별로 유사한 비율의 감소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덜하다. 그러나 그나마 남아 있는 인구의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데서 문제는 심각하다. 2019년 어촌의 고령화율은 35.9%이다. 100명 중 36명이 65세 이상의 어르신이다. 고령자의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기 내에 어촌의 인구는 급감할 것임을 알 수 있다.
421개의 어촌을 대상으로 소멸 위험을 전망해본 연구(박상우 외, 인구소멸시대를 대비한 어촌사회 정책연구, 2018,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소멸 고위험군이 81.2%에 달한다. 어촌의 소멸위험지수 평균은 0.303으로 비위험 기준인 1에 훨씬 못 미친다. 농촌의 0.341보다도 12.5% 소멸 위험이 높다. 섬 지역의 소멸 위험은 더욱 높아 어촌 전체보다 23% 위험이 높은 0.234에 불과하다.


어촌사회 소멸 위기의 원인
어업인을 어촌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 요건이다. 소득원의 존재와 좋은 정주여건이다. 어가 소득은 과거 농가에 비해 낮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추월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다행히 농가에 비해 23% 높다. 이 점은 어촌의 밝은 면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어가 간 소득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2018년 어가 소득은 평균 5200만 원으로 도시가구의 5700만 원의 90.9%까지 따라잡았지만, 어업별로는 어로어업인 4200만 원, 양식어업이 7900만 원으로 2배, 연령별로는 50세 미만 어가가 1억 원, 70세 이상 어가는 2700만 원으로 4배의 차이가 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농가 대비 경영이 불안정하다. 자산 대비 어가의 부채비율은 14.0%인데, 이것은 농가의 6.7%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정주여건은 어촌이 최악이다. 삶의 질 만족도에서 10점 만점 중 도시는 6.7, 농촌은 5.8, 어촌은 4.9로 가장 낮다. 어촌지역의 정주환경에 대해 어촌 주민들은 1순위로 수산업 여건의 지속적 쇠퇴를 들고 있다. 주민 편의생활 기반 미비도 2순위의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어촌 주민의 이탈요인으로는 1순위가 일자리 부족 및 수산업 여건 악화, 2순위가 공공서비스 취약으로 제기했다. 즉 어촌은 ① 공공서비스 및 인프라 부족 → ② 낮은 창업률 및 사업체 수 감소 → ③ 일자리 감소 및 경제 활력 둔화 → ④ 청년층 어촌 이탈 및 고령화 → ⑤ 낮은 인구밀도 → ① 공공서비스 및 인프라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왜 어촌은 유지돼야 하는가?
어촌에는 어업인이 어업을 영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3박자는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을 제공해준다. 국민들은 어업인들의 활동 덕분에 위생적으로 안전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본원적 기능만 수행해도 국민들은 식량안보라는 중요한 기능을 어촌에서 부여받는다.
어촌이 중요한 이유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국민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외부효과인 다원적 기능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촌이 주는 공익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어촌을 유지해야 한다. 어촌·어업·어업인의 공익적 기능에는 해양국토 방위, 국토의 균형적 이용, 환경 파수꾼, 해난구조의 첨병 역할, 전통문화 발굴 및 유지, 도시민에 대한 쾌적한 심미적 기능 제공 등 다양하다. 이러한 기능들은 국민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무임편승 공익이다. 국가에서 어업에 대해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으로 돕는 이유도 어업과 어촌을 유지해 스스로 생산되는 공익적 기능을 국민에게 공여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
활력이 넘치는 젊은 어촌은 우선, 도시민의 귀어·귀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젊은 도시민을 어촌으로 불러들이려면 일을 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양식어가에는 양식장을, 어선어가에는 어업허가권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먹거리는 한정돼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고령자들이 내어놓게 해야 한다.
양식어장은 농업의 농지은행과 같이 고령어가를 은퇴하도록 유도하고, 그 양식장 면허를 귀어가에 주어야 한다. 은퇴한 고령어가에는 은퇴직불금의 형태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어선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허가정수에 묶여 새로운 허가를 발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법은 허가권을 매입해야 하는데 그 소요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귀어보다 귀촌을 통한 적응이 우선돼야 한다. 경험도 없이 귀어했다가 이웃과 소통하지 못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농업은 주말을 이용해 체험학습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귀어는 전적으로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경험을 습득할 수 없다. 따라서 귀어보다 귀촌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어촌에 살면서 어촌 주민들과 소통하고, 어업 경험을 쌓은 후 귀어를 할 것인지에 대해 선택하게 해야 한다. 경기도의 백미리 어촌계에서는 10동의 체재형 주말농장을 건립해 도시민에게 귀어·귀촌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지붕 고쳐주고, 마을길 넓히는 그런 의미의 정주여건 개선으로는 부족하다. 병원, 학교 등이 있어 어촌에서도 아이를 낳고 교육시키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어촌에서 우선 중등교육 수준만이라도 가능하다면 어촌으로의 인구 유입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넷째, 어업인을 스마트한 어업인으로 거듭나게 온라인 교육에 힘써야 한다. 최근 20여 년 동안 ‘농수산물 직거래’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통경로 간소화를 목적으로 직거래 정책이 추진됐지만, 당초 목적보다는 생산자에게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주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이 변화됐다. 직거래는 충분히 활용가능한 수단이다. 또 판로가 다양하지 않은 수산업에서는 더더욱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업인의 온라인 활용능력을 향상시켜 자신이 생산한 수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교육이 절실하다.
다섯째,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어업인에 대한 지원이 어촌 정주 유도의 관건이다. 많은 여성어업인이 어획물의 선별, 판매, 유통을 담당한다. 조업 전 출어 준비도 여성어업인의 몫이다. 어촌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전통적인 어로에서가 아니라 선별, 가공, 판매, 유통 부문에서 이뤄질 여지가 크다. 여성어업인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도도 큰 편이다. 여성어업인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어촌 정주도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