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어업과 어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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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직면한 어업과 어촌 현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19.12.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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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새해에 품었던 희망이나 각오를 뒤돌아볼 여지도 없이 한 해가 속절없이 흘렀다. 어떤 일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고, 다른 한쪽에서는 실망과 실패, 좌절을 겪기도 했을 것이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진 경우가 있는 반면, 많은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은 일도 있었을 것이다.

수산업계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했지만 올해처럼 어려운 해가 없었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수산업계나 어업인, 어촌 내부의 문제보다는 수입 수산물, 중국 어선 불법조업, 국제사회의 각종 규제 등이 수산업계 전체를 압박한 한 해였다는 평가다. 다사다난이라고 표현하지만 수산업계에는 이러한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게 사실이다. 수산계 전체를 휩쓴 이러한 일 중에는 자체적으로 감당하거나 해결하기 힘든 일들도 발생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그중에 하나다. 최근 동해안에는 뜬 물고기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항·포구에 넘쳐나던 명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동해안의 특산어종이라는 명성이 퇴색할 만큼 오징어는 씨가 말랐다는 말도 나온다. 매년 15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북한 동해 수역에 입어하면서 자원이 고갈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연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으로 우리나라 수산자원은 68만 톤이나 감소했고, 연간 평균 피해액도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안뿐만 아니라 서해안이나 특정 해역에서의 불법조업은 더욱 교묘해지고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해당 지역 어업인들은 동해 해역을 특별해상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특단의 생계지원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긴급경영자금을 마련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어업인들을 달래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수입수산물은 전체 수산물 생산자들에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 일본산 방어 등은 광어 등 양식어류 시장을 잠식해 광어양식업계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도에서는 애써 키운 광어를 폐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제주도는 양식광어 가격이 폭락하자 수급 조절을 위해 14억 원을 투입해 도내 359개 광어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광어 400∼600g급 중간 크기 200톤을 수매 후 폐기처분하기도 했다.
일본산 멍게와 참돔은 이미 국내 소비시장을 완전 잠식한 상태다. 이러한 수입수산물은 비경쟁 품목에까지 영향을 미쳐 양식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추진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전 연안에서 반대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계획은 현재 40여 곳에서 진행되거나 사업 설계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은 어업인들의 조업 어장이거나 산란장, 어선 이동 구역과 겹쳐 어업 활동이 제약을 받거나 중단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비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곳도 있다.

원양어업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의심을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강력한 규제와 세계 최고의 규정을 담은 원양산업발전법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예비 IUU 국가로 또다시 지정되기도 했다. 특정 회사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예비 IUU 국가 재지정은 원양산업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수산업계나 어촌, 어업인들의 한숨이 깊어진 것은 정부의 정책 부재 또는 소외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산업계 사상 최대의 정책이랄 수 있는 어촌뉴딜 300사업은 내년에 120개소가 추가로 추진된다. 개소당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해양수산부의 핵심 사업이지만 벌써부터 사업 추진 내용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활 SOC 사업을 위주로 한 어촌 정주개선 사업이라고 하지만 기존의 농산어촌 개발사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도 이러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곳이 여럿이다.

TAC를 기반으로 한 자원관리형 어업을 내세운 수산혁신 2030에 대한 실현 여부, 농업과 다른 수산세제의 불균형, 자원 고갈과 어장 환경 악화 등에 따른 어장 축소와 연안과 근해어선들의 분쟁, 어선 감척, 소비 확대를 위한 가공품 개발, 수산물 수출 확대 등 수산계 현안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 톤 미달은 이제 익숙한 수치로 다가오고 있다. 의욕적인 자세로 사상 첫 수산물 수출 25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처지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상황이 어업 현장과 어촌, 어업인들을 더욱 옥죄는 듯한 느낌이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년도 전망 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저물어가는 한 해가 아쉽고 안타까운 게 오늘의 수산업과 어촌, 어업인들의 현실이다. 현실의 위기와 난관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업인과 어촌에 희망의 등불이 환하게 밝혀질 날이 올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다.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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