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글 솜씨, 화난 목소리여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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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글 솜씨, 화난 목소리여도 괜찮습니다
  • 안현선 기자
  • 승인 2019.12.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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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가 빠르게 저물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1년은 어떠했는지요?

저에게는 최근 기억에 남는 전화 한 통이 있었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다는 어업인과의 통화였습니다. 인생의 뒤안길에 선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신문에 글을 기고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기고문을 우편으로 보낼지, 팩스로 보낼지 묻는 질문에 기자는 어업인의 나이 대를 대충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팩스 번호를 알린 후 얼마 되지 않아 글자가 빼곡히 적힌 여러 장의 종이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는 50여 년을 김 양식업에 종사해온 어업인이었습니다. 글에는 긴긴 세월 그가 김 양식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값진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종이에 쓰인 글을 컴퓨터에 한자 한자 옮기던 기자는 문득 ‘이러한 기고문을 받았던 게 언제였던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소속과 직함을 두지 않은 어업인의 글 말입니다.

생각의 연결고리를 이어보니 올해는 유독 이러한 분들의 소식이 없었습니다. 독자라며 전화를 걸어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잘못된 정부 정책을 꾸짖거나, 투박한 글 솜씨지만 자신만의 소신을 전하던 분들 말입니다.

현장으로 취재를 나가면 어업인들이 기자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현장을 알아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와도 같은 말입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업인입니다. 어업인 스스로가 주체가 돼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바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현장과는 동떨어진,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정책만 쏟아질 뿐입니다.

내년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줄 어업인들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려봅니다. 투박한 글 솜씨여도 좋습니다. 다소 화난 목소리로 전화하셔도 됩니다. 진짜 현장의 얘기를 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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