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업, 획기적 정책 전환 필요하다
상태바
연근해어업, 획기적 정책 전환 필요하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2.13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해안 특산어종인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징어도 잡히지 않는다. 씨가 말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해안 어업인들의 한숨이 커진 지도 오래됐다. 이제 동해안에는 뜬 물고기를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릉도 어업인들은 어업 재난지역 선포까지 요구하고 있다,

서민 생선의 대표 어종인 고등어도 어획이 부진하다. 대형선망업계의 경영위기감이 높아지고 지난해에는 부도 업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한일 어업협상 지연으로 갈치 연승조업은 동중국해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 바다를 두고 먼 거리 조업에 나선 어업인들의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갈치 연승과 통발어선의 화재, 전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고귀한 어업인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서해안의 대표 업종인 안강망은 최근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이 늘어나고 있다. 연안어선인 개량안강망은 법정 어구 사용으로는 채산성이 없다며 법정 규정 통수 준수를 외면하고 있으며, 근해안강망은 어획량 부진을 겪고 있다.

전 연안에서 어업인들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바다 환경이 변하고 이에 따른 자원 변환, 자원 고갈, 업종 간 갈등은 물론 중국 어선에 의한 남획 등 어업 여건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연근해어업의 상황은 생산량 변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전년보다 3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 부진의 원인 역시 대중성 어종인 오징어, 멸치, 고등어의 어획 부진 때문이다.

오징어 어획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내 싹쓸이 조업이며, 그에 따라 가을 산란군이 국내 연안으로 회유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멸치와 고등어 역시 어장 형성 부진으로 조업 척수 등이 크게 줄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심리적 마지노선 100만 톤은 이미 무너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0만 톤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데 해양수산부의 대책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기후변화와 태풍 등의 기상,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만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동해안에 뜬 물고기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어떻게 회복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장·단기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연근해 정책도 사라진 지 오래다’라는 어업인들의 원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수산계에서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수산 분야 업무를 해운·항만 출신자들이 맡음으로써 정책의 방향성마저 상실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산업을 방치하는 조직이라면 해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연근해어업은 우리 수산업의 지표이기도 하다. 최근 자원 감소와 생산성 하락, 종사자 감소 등으로 전체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양식산업과 원양산업 등과 함께 수산업의 중심축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연근해어업을 계속 방치한다면 수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또한 수산물 공급체계는 물론 어촌 사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만 톤 어획이 무너진 원인을 찾고 회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둑이 무너지기 전에 안전진단을 철저히 하고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

우선 연근해어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실시해야 한다. 4만5000여 척의 연안어선이 국내 연안 자원량에 비해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감척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근해어선 역시 마찬가지다. 감척 평가액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 누구도 손해보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갈수록 줄어드는 어장에 대한 개편도 시급하다. 자원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어획 강도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적정 수익을 위해서는 엔진 마력수를 늘리고 첨단장비도 장착해야 한다. 어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다. 그런 만큼 연근해어업을 위한 조업구역 조정 문제도 과감하게 해결해야 하며, 적정 어구에 대한 규정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특정 어업인을 위한 제도 개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체 자원량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어업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산혁신 2030의 가장 핵심인 ‘TAC를 기반으로 한 어업 정책’이 현장 어업인들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 반영해야 한다.

북한 수역에 입어하는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문제도 남북협상을 통해 우리가 입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연간 1500여 척 이상의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이 몇 년 더 이어진다면 동해안의 특산어종인 오징어가 정말 씨가 마를지 모른다.

연근해어업은 어구·어법과 지역 등으로 얽혀 있어 업종 간, 지역간 갈등이 상존해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과감한 결단과 변화가 필요하다. 수산자원을 유지 ·보존하면서 어업인들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수산업과 어촌의 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