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락시장 분산상인 합법화 다시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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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락시장 분산상인 합법화 다시 도마에
  • 안현선 기자
  • 승인 2019.12.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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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사, 도매법인에 자진 정비 권고하자
분산상인 “중도매업 허가 내달라” 요구 봇물

서울 가락시장에서 중간 판매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분산상인(일명 중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는 ‘무허가 상인’으로 지칭)들이 중도매인 허가를 내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최근 수산시장 경매장 내에서 무허가로 영업하고 있는 이들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분상상인들은 중도매인에게 경락받은 물량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과 지난 2004년 124명의 분상상인이 중도매인으로 전환된 사례를 들어 중도매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공사는 기존 유통인 단체들의 반발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시장 내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경과=현재 도매시장법인 경매장 내에서 냉동수산물과 활선어, 꽃게 등을 취급하고 있는 분산상인은 강동수산(주) 소속 72명과 수협가락공판장 소속 19명 등 91명으로, 종업원 수까지 합하면 대략 140~150여 명가량 된다. 이들은 용산·남대문·청량리시장 등 유사도매시장에 산재해 장사를 해오다 1985년 가락시장 개장과 함께 입주해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분산상인들은 중도매인 허가가 없어 그동안 기존 중도매인의 임원이나 종업원으로 위장 등록하고 서울시공사로부터 보조경매 참여 자격을 부여받아 경매에 참가해 필요 물량을 매수해 분산해왔다. 그 대가로 기존 중도매인들에게 2~5%의 허가권 대여 수수료를 주는 것은 물론 분산상인의 거래 실적을 실적 미달 중도매인에게 올리는 등 불공정·허위거래를 행해왔다.
이에 서울시공사는 부정거래를 방지하고 상장경매 정착 및 수산물 수급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4년 3월 1차로 대중선어 분산상인 124명에게 조건부 중도매업 허가를 내줬다. 이어 2차로 냉동, 활선어, 꽃게 분산상인을 조건부 중도매인으로 허가를 내주기로 했으나 일부 유통인들의 반발과 시설현대화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논쟁=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서울시공사가 2009년에 경매장 기능 회복을 위해 활어 분산상인의 영업시간을 오후 2시까지로 제한하면서 불거졌다. 분산상인들은 이 일을 계기로 다시금 서울시공사에 중도매업 허가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2011년 분산상인연합회를 결성해 현재까지 중도매업 허가 취득을 위한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공사도 이들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분산상인 영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공사·유통인 TF팀을 구성해 거래 규모를 고려한 일부 분산상인의 제도권 흡수방안을 협의해왔지만, 중도매인들의 반대로 결국엔 무산됐다.
그러다 올해 10월 11일 열린 수산시장 발전협의회에서 서울시공사가 도매시장법인 측에 분산상인을 기존 중도매인과 통합하거나 종업원화하는 등 ‘자진 정비’에 나설 것을 권고하면서 이들에 대한 합법화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분산상인들의 주장은=분산상인연합회는 서울시공사가 10여 년 동안 분산상인을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왔었는데, 올해 갑자기 퇴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분산상인연합회는 “20~30여년 가까이 가락시장에 반입된 수산물을 취급해왔고, 연간 매출액이 300억~500억 원에 이르는 등 실질적인 분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서울시공사에서 퇴출을 결정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17년 서울시공사 자료에 따르면 분산상인(당시 104명 기준)의 연간 거래 규모는 495억 원으로, 1인 평균 거래금액은 4억7100만 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10억 원 이상의 거래를 하는 분상상인이 11명에 달했으며 5억~10억 원은 25명, 3억~5억 원은 37명, 1억~3억 원은 27명, 1억 원 미만은 4명이었다. 참고로 중도매인 최저거래 기준금액은 개인은 연 3억 원, 법인은 7억8000만 원이다.
분상상인연합회는 “1995년 청과부류 8개 품목 분산상인 전원이 특수품목 중도매업 허가를 받았고, 수산부류도 대중선어 분산상인 124명이 2004년 조건부 중도매업 허가를 받았지만 활선어, 냉동, 꽃게 분산상인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이는 행정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산상인에게 1인 1허가를 주고 기존 중도매인들과 공정한 상황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능력 없는 중도매인이 퇴출되면 더욱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수산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공사와 서울시, 서울시의회 등을 차례로 방문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회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은=기존 중도매인들은 분산상인에게 허가를 내준다고 해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도매시장 반입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매인 수가 늘어나면 나눠먹기식 영업만 가중돼 부실화된 중도매인이 양산되는 등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상장·수의경매를 거치지 않은 수산물을 거래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시장 활성화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시설현대화사업 도매권 2공구 설계를 앞둔 가운데 점포가 없는 중도매인과 분산상인에게 점포나 영업공간이 배정되면 제도권 내에 있는 유통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중도매인들은 “능력 있는 분산상인들은 이미 중도매권을 인수해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동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중도매업 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공사의 입장은=서울시공사는 지난 10월 수산시장 발전협의회에서 밝힌 대로 도매시장법인이 주체가 돼 2020년 말까지 분산상인을 단계적으로 정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규모가 크고 도매 위주의 거래를 하는 냉동수산물·꽃게 분산상인에게는 중도매권을 인수하거나 기존 중도매인과 연계해 지분투자자로 참여토록 하고, 소매 위주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활선어 분산상인은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들과 협의해 종업원화하는 등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TF팀을 꾸려 분산상인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이해관계가 예민한 유통인들의 반대가 극심해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면서 “도매시장법인이 2020년 말까지 분산상인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한 만큼 법인의 책임하에 이 사안을 해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내에서는 서울시공사가 분산상인 정비 책임을 도매시장법인에게만 오롯이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장 시설사용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경매장 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분산상인을 도매시장법인 측에서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매시장법인은 20~30년간 장사를 해온 분산상인을 아무런 강제력도 없는 도매시장법인이 정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분산상인에 대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거론됐음에도 도매시장법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시공사가 도매시장법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1조 2항에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관리사무소 또는 시장관리자로 하여금 시설물 관리, 거래질서 유지, 유통 종사자에 대한 지도·감독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토록 명시하고 있는 만큼 관리주체인 공사가 직접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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