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수 줄인다고 정부 지원 효과 높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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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 수 줄인다고 정부 지원 효과 높아지나?
  • 탁희업 기자
  • 승인 2019.12.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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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관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는 주요 임무를 ‘농정의 틀 전환’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박진도 위원장도 농어업인 및 현장 간담회를 통해 수차례 이러한 포부를 밝혀왔다.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적 방안을 도출하는 등 예전의 농특위와는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농어업인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개인의 신념과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신선한 방향 설정이 될 수 있다.

농어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농정 이념, 농정 대상, 농정 추진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책이나 정부 조직을 그대로 둔 채 농정의 틀을 바꾸려는 것은 자칫 관련 산업의 근본마저 흔들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농어업과 농어촌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전환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농특위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정책 전환을 염두에 둔 행사로 보이기도 했다. 수산업과 어촌의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높이며 공익적, 다기능적인 면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주제와는 동떨어진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한 대학 교수는 어업인 수가 많아 정부의 지원정책이 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심지어 일본도 우리어업인 수보다 크게 적다고 지적했다. 어업인 수를 줄여야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산업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산업 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어업인 수를 줄이고 어선을 감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지원정책도 큰 틀에서 전환해야 한다는 현재 농특위의 방향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개인의 주장이라고 흘려보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수산인이나 어촌의 현실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나온 배경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농정의 틀 전환을 이러한 사고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업과 어촌의 현실을 본다면 농정의 틀 전환보다는 현안을 먼저 진단하고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업인 수를 줄이거나 어선을 획기적으로 감척하는 것이 농정의 틀 전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산업·어촌의 농정의 틀 전환은 국가 정책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수산업과 어촌, 어업인들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지만 정부 정책 방향과 지원이 부실하거나 미비한 때문이기도 하다.

연근해어업의 가장 근본이 되는 조업구역 문제는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한 채 분쟁의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연안 자원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곳곳에서 조업분쟁이 발생하고 수입산으로 인해 수요 또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자원의 유지 보존, 관리는 국가의 주요 정책중의 하나다. 남획과 불법어업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 자체도 국가의 정책 부실이 초래한 면이 크다.

대규모 자금이 지원되는 국책사업 역시 현장 어업인들의 책임보다는 정책을 주도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동해안의 명태가 사라지고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잡히는 상황을 정부는 결과만 두고 평가하는 수준이다. 수온 변화에 따른 자원의 변동이나 서식 환경 변화에 따른 자원 평가도 정부가 제공해야 할 국가 서비스 중의 하나다.

국가 주도가 아닌 농어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행정체계로의 전환이 ‘농정의 틀 전환’의 전제 조건이다. 관습과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도 시대적 사명일 수 있다. 선진 농어업 정책 개혁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적 대안이라며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정책에 담아야 한다.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자원 및 에너지 위기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현안을 그대로 둔 채 농어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가의 올바른 정책 추진과 기능 발휘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식량산업으로서 공익적, 다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농어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 관행이나 관습을 답습하고 유지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고, 현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농정의 틀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 지원정책에 기대는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으며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국가 보조금 지원은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추세다. 수산업과 어촌의 다기능적, 공익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와 유지 관리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양식과 해양수산 분야의 스마트 관련 정책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수준이며, 이로 말미암아 수산업과 어촌은 어둡고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을 먼저 귀담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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