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
성선경
너도 한때는 등 푸른 물고기였을 터
오대양이 다 내 텃밭으로
거들먹거리며 쫓아다녔을 터
내가 이제 와서 왜 이렇게 되었나?
굵은 막소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터
펄펄 눈처럼 흩어지는 천일염 아래
쓰림과 분노가 함께 들끓던 그 시간이
마지막 석양을 보는 눈처럼 아렸을 터
살과 뼈가 환골탈태하는 고통이 있었을 터
그리고, 그리고서
바다의 문신을 온몸에 새기고는
스스로 바다가 되어갔을 터
이제는 석쇠에 오를 시간
마음을 턱 내려놓자
어디서 텅 하고 종이 울렸을 터
어이!
하고 손 내미는 나를 만났을 터.
※ 성선경 작가는…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 <모란으로 가는 길>, <몽유도원을 사다> 등. 월하지역문학상, 경남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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