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고등어가 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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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고등어가 돌아 다닌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1.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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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돌아 다닌다

장옥관

고등어가 공기 속을 유유히 돌아다닌다
부엌에서 굽다가 태운 고등어가
몸을 부풀려
공기의 길을 따라 온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반갑지도 않은데 불쑥 손목부터 잡는
모주꾼 동창처럼
내 코를 만나 달라붙는다 미끌미끌한
미역줄기 소금기 머금은 물살이 문득 만져진다
고등어가 바다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이 공기 속에는
얼마나 많은 죽음이 숨겨져 있는가
화장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름과 이름들
황사바람에 섞여 있는 모래와 뼛가루처럼
어딘가에 스며 있는 땀내와 정액,
비명과 신음,
내 코는 고등어를 따라
모든 부재를 만난다
부재가 죽음 속에서 머물고픈 모양이다

※ 장옥관 작가는…
경북 선산 출생. 1987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등. 동시집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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