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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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1.1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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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족해협 죽방렴의 조업 과정
(1) 죽방렴의 조업 시간

 죽방렴의 어로작업은 조석(潮汐)운동을 고려해 이뤄진다. 조석운동은 때에 따라서 시간차는 있지만 하루에 2차례씩 규칙적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는 어로작업을 하는 시각을 일컬어 물때를 맞춘다고 하는데, 물때란 조류의 세기를 등급화한 것으로서 조석 현상을 하루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음력을 사용해 보름간을 주기로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조석운동이라 할 때의 한자어에도 ‘조(潮)’는 아침에 들어오는 물이며, ‘석(汐)’은 저녁에 들어오는 물로서 밀물과 썰물은 시각이 반드시 일정하지 않으나 대개 한 번은 낮에, 한 번은 밤에 들어온다.
음력일과 물때에 관해 지역별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밀물의 시간 간격은 남해의 경우 8~10시간 52분까지이며, 밀물의 높이는 동에서 서로 가면서 높아진다. 울산 부근에서는 1m 정도이지만, 부산 부근에서는 1.2m, 거제 부근에서는 2.6m, 남해도 부근에서는 3m 내외에 이른다.
지족해협 주민들은 남해안 거제도 주민이 사용하는 앉은조금이란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열너물이라고만 한다.
지족해협 주민들은 음력 8일, 23일을 기준으로 열다섯물(조금)에 시작해 한물, 두물, 서물, 너물, 다섯물, 여섯물, 일곱물, 여덟물, 아홉물, 열물, 열한물, 열두물, 열서물, 열너물로 부르고 있다. 다만 음력 작은달은 날수가 하루 작기 때문에 29일에 대응하는 물때를 맞춰 여섯물과 입곱물을 한물로 계산한다.
죽방렴 조업은 하루 2차례씩 썰물 때를 맞춰야 한다. 주민들의 인식에는 물살이 세어야만 고기가 활동하기 좋고 먹이도 풍성해 고기가 잘 잡히므로 조금 때보다는 물살이 센 사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한 달을 기준으로 열한물부터 조금을 거쳐 서물 때까지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적으며 유속도 빠르지 않고 물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조업을 하기도 어렵고 대체로 이때는 고기도 잘 잡히지 않아 조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죽방렴에 고기가 많이 드는 경우는 조금 때라도 조업을 한다. 죽방렴에 고기가 많이 든 경우에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발통 안에  든 모든 고기가 폐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장주들은 거의 매일 두 번씩 자기의 죽방렴을 확인하고 관리한다.
물때는 죽방렴의 지속적인 관리와 수익성을 유지하는 열쇠인 것이다. 죽방렴 어장주가 물때를 맞추지 못한다면 어로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 조건의 좋고 나쁨을 결정짓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어장주들은 죽방렴을 경영하는 한, 어장 설치기간 중에는 한시도 물때를 지나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죽방렴 이외의 정치망어업은 아침저녁으로 일정한 시각에 물때를 맞춰 조업을 할 수 있지만 죽방렴은 매일 달라지는 물때를 맞춰 조업에 나서야만 하는 것이다. 죽방렴 어장주가 연로해지면 죽방렴을 제대로 경영하기 힘든 것은 어로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노쇠화됨에 따라 죽방렴 어로작업을 위한 물때를 제대로 지키기 힘든 이유도 있다.
지족해협 죽방렴 어장주들은 조업을 나설 때 “물 보러 간다”라고 말한다. 물때를 맞춰 조업하러 간다는 의미이다. 조석 시간은 매일 달라지므로 어장주들은 하루의 물때를 조석표에 맞추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장주들의 습관적인 지각과 감각에 의해 조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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