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은 생산보다 위생·안전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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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은 생산보다 위생·안전이 우선
  • 탁희업 기자
  • 승인 2019.11.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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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산업계의 고민은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가 어획량 또는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지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된다면 이러한 수익성은 어느 정도 가능한 문제라고도 여겨진다.

수산업을 생산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어군탐지기뿐만 아니라 어구, 선박의 엔진, 위성을 통한 각종 기기가 첨단화됐다. 양식기술 역시 사육 수조는 물론 가두리 등의 구조물과 각종 사육수 관리 등에도 첨단 기자재가 동원된다. 국내 양식 생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 증대에 따른 생산자들의 수익성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수산식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 생산 위주의 활동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수산물은 생산보다는 위생과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수산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양식장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에 대해 74%정도가 인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어의 의미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소비자들도 30% 가까이 됐다. 그만큼 식품에 대한 위생과 안전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수산물 이력제보다 양식장 HACCP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어양식장에 대해 10년간 비용과 편익 결과를 분석한 결과 양식장 HACCP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양식장 HACCP는 전체 양식장의 5%만 인증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정부가 시범사업을 한 지 15년여가 흘렀지만 아직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축산분야 돼지농가의 65.7%(2401개소 중 1577개)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어선 중 83%정도가 5톤 이하의 소형어선이지만 위생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활어 소비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활어를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실어 나르는 활어차에 대한 관리기준도 없다.

수산물을 거래하는 위·공판장의 시설은 보여주기 민망한 곳이 대부분이다. 비가림막이나 차광막이 없고, 선어를 실온에서 경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판 환경으로는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다. 소비자들이 직접 목격할 경우 수산물 소비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위생과 안전의 중요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인 것은 생산자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식장 HACCP를 받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돼 어가 경제에 이익이 된다면 이러한 인증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식장 HACCP 인증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행정 업무의 불편 등 복잡한 절차 때문이기도 하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증이라면 당연히 생산 어업인들이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시설 조건, 이후 행정 절차까지 이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자들의 참여 부족은 정책 부재와 관련이 크다. 각종 규제와 까다로운 절차는 그대로 둔 채 행정력을 동원한 정책 추진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15년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낮은 이유를 분석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가 할 일이다.

위생과 안전, 맛과 품질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생산 체제가 구축돼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정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 위생과 안전을 위한 시설개선자금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수산물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물의 공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입맛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으며, 선택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부응하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가격은 물론 품질 면에서도 월등한 제품이 수입되면서 국내 생산자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광어와 참돔 등 어류양식업계는 수입 수산물에 밀려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이 수매 후 폐기하거나 군납 확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소비 확대를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지속가능한 생산체제는 불가능하다. 연간 2조4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산물이 버려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자산을 유지·보존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되고 체계화된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생산자들은 소비자와 시장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식과 자세를 전환해야 하고, 정부도 수산물 생산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해소해줘야 한다. 자원 이용량을 줄이면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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